취임 9개월째 하정옥 원장
하 의료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때부터 관심을 모았다. 개원 이래 첫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별도 취임식을 생략한 사실도 이야깃거리가 됐다. 의료원장이 바뀌는 것은 내부 행사라고 생각한 그는 거창하게 취임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월례회 인사말로 취임 신고식을 대신했다. 하 의료원장은 당시 직원들에게 ‘머슴’이 되겠다고 했다. 맡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봉사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줬다.
병원을 내 집처럼 생각하고 한 푼이라도 아끼는 일은 습관이 됐다. 우선 회식문화를 없앴다. 도시락 세미나는 하 의료원장 취임 후 도입됐다. 세미나가 끝나면 으레 술을 마시는 회식이 있었지만 이제 거의 사라졌다. 하 의료원장은 관용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 전등도 반쪽만 켜져 있다. 단 몇만 원이라도 허투루 쓰지 말자는 것. 하 의료원장의 솔선수범이 직원들에게 전해지면서 낭비 행태도 개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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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전문병원으로의 변신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전체 병원 환자 중 30%가량이 암 환자”라며 “지역민들을 위해 진료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최첨단 암 치료기기를 도입한다. 방사선 치료는 물론이고 암 치료까지 동시에 가능한 이 장비는 가격만 무려 약 90억 원이다.
이와 함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암센터도 새로 구축한다. 얼마 전에는 대구 W병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팔 이식 수술을 연구하고 있다. 하 의료원장은 “팔 이식 수술은 성형, 정신, 재활의료 등의 모든 진료과목의 협진으로 이뤄지는 의료 예술”이라며 “성공하면 일본보다 앞선 사례로 지역 의료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민들이 사랑하는 병원이 되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료원장은 1983년 영남대 의대 교수로 부임해 소아청소년과 주임교수 및 임상과장, 부속병원 부원장, 의과대학장 등을 거쳤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