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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규 순천대 총장 자살 “악마의 덫에 걸려…명예 지키려 떠난다”

입력 | 2011-06-14 03:00:00

함바비리 혐의 수사 받아




건설현장식당(일명 함바)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임상규 순천대 총장(62·전 농림부 장관·사진)이 13일 오전 전남 순천의 한 야산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남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경 전남 순천시 서면 동산리 ‘장흥 임씨’ 선산 인근에서 임 총장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져 있었으며 이를 임 총장의 사촌 동생 임모 씨(50)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촌 동생 임 씨는 이날 오전 7시경 임 총장 자택 식탁에서 ‘선산에 간다’는 내용이 적힌 메모지를 보고 임 총장을 찾기 위해 선산을 찾았다.

발견 당시 임 총장은 운전석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으며 조수석에는 집에서 가져온 화덕과 타다 남은 숯이 있었다. 뒷좌석에서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임 총장은 유서에서 “안타깝고 슬프다. 인생의 마지막 뒷모습을 망쳤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힘들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금전 거래는 없었다. 얄팍한 나의 자존심과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키고 대학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떠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 총장은 지인들에게 “비리 의혹과 관련해 돈을 받은 것이 없고 깨끗하다”고 말했으며 최근 순천대 보직 교수들에게도 “정말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등 그동안 검찰수사에 따른 상당한 심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은 최근 서울 집에서 머물다 12일 오후 6시 반경 순천으로 돌아왔으며 이날 시내에서 순천대 이모 교수를 만나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이 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임 총장이 식사가 끝난 뒤 빨리 귀가하라는 말만 했을 뿐 평소와 같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임 총장이 전날까지 집에 있었고 시신에 외상이 없었던 점, 집에서 가져온 화덕과 숯 등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임 총장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총장은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전 예금 인출과 함바 비리 등에 연루된 혐의로 관용차 운행 기록과 인사 기록 서류 제출을 요청받는 등 검찰 수사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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