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봉 사회부
최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심사소위원회(검찰소위)가 검찰의 압수수색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에 합의하자 한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가 한 말이다. 여야가 중수부의 직접 수사 기능 폐지를 놓고 싸우는 동안 정작 수사의 근간이 되는 압수수색 제도 개정안은 ‘검찰소위에서 합의됐다’는 이유로 사개특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개정안이 오히려 권력층 비리와 재벌에 대한 수사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검찰소위는 압수수색 대상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수사하는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때만 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라고 규정된 현행 형사소송법 조항보다 압수수색 요건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물론 범죄 혐의가 없는 사람에 대한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막고 검찰의 ‘별건수사’를 금지하기 위해 압수수색 요건 강화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검찰소위가 개정안이 갖는 부작용에 대해선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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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의 뇌물수수 범죄에 대한 진술이 확보되면 압수수색을 통해 숨겨진 차명계좌를 찾아내고 그 거래 기록을 근거로 범죄를 입증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기본이다. 재벌그룹 비자금을 파헤치는 과학수사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계좌와 회계장부를 토대로 자금세탁 수법 등을 정교하게 분석해 범죄를 밝히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검찰이 청구하는 연간 8000여 건의 압수수색 영장 대부분이 부패범죄를 쫓는 특별수사와 관련된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압수수색 요건이 강화되면서 이득을 얻는 것은 부패한 고위공직자와 재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압수수색 요건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범죄수사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창봉 사회부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