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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현대차의 약진과 리스크 관리

입력 | 2011-06-13 03:00:00


석동빈 산업부 차장

11일 오후 기자는 현대자동차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시승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 남양주시의 목적지에 도착했다가 다시 출발하려 했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현대차의 정비사가 와서도 해결되지 않아 결국 서울의 한 서비스센터로 견인할 수밖에 없었다. 긴급출동 서비스를 받고 견인차를 기다리느라 소중한 휴일의 4시간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차를 직접 구입한 소비자라면 얼마나 더 화가 났을까. 만약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고 인적이 거의 없는 미국 애리조나의 사막길 한가운데서 여름날 이런 일을 당한 소비자라면 어떻게 될까.

순간 도요타자동차의 초대형 리콜 사태가 오버랩됐다. 도요타는 지난해 렉서스(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의 중형차 ‘ES350’을 타고 가던 경찰관 일가족이 브레이크 결함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모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결국 1000만 대가 넘는 리콜을 했고 회사 이미지도 타격을 입으면서 판매가 급감해 적자까지 냈다. 세계 1위 자동차회사의 자리도 GM에 다시 내줬다. 여기에다 올해 동일본 대지진까지 겪으면서 아직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던 미국 정부는 올해 2월 “도요타 차량에서 전자제어장치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항공우주국(NASA)의 전문가까지 참여했다. 도요타 리콜 사태가 당시 파산상태에 빠진 미국 자동차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미국인들의 무의식적인 합의에서 이뤄진 ‘이지메(집단따돌림)’라는 주장이 단순한 음모론으로만 들리지 않게 된 셈이다.

사실 자동차는 ‘공산품의 꽃’이면서 국적 개념이 가장 강한 제품이다. 산업 파급력도 가장 크다. 그래서 도요타는 이런 칼날을 피해 가려고 워싱턴에 매년 엄청난 로비자금을 뿌리고 13개 주에 공장을 건설했으며 미국 자동차 레이싱의 상징인 나스카에도 진출했다. 이런 사실들을 열거하며 도요타는 “우리는 미국기업”이라고 틈만 나면 주장해 왔다. 미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이런 노력에도 결국 그들의 심리적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이 도요타 리콜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약진을 거듭해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월간 10% 점유율의 벽을 돌파했다. 품질과 디자인이 그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브랜드의 순위가 한 계단씩 올라설수록 소비자가 기대하는 품질은 훨씬 엄격해진다.

차량의 결함은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고급차에서도 드물지 않을 정도로 자동차의 숙명이다. 또 조립 과정이나 잘못 납품받은 부품 1개 때문에 생긴 해당 차량만의 문제일 수도 있어 기자는 데이터가 축적될 때까지 차량을 평가할 때 일반화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기자가 타본 현대차에서는 전자장비 계통의 문제가 계속 발견됐다. 4월에 탔던 신형 ‘제네시스’는 시동을 걸어도 한 번씩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 시스템이 몇 분간 작동하지 않았고 메모리 시트도 간혹 오작동했다. ‘아반떼’의 전동식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약간 걸리는 느낌도 받았다. 현대차의 기계적인 품질은 올라갔을지 모르지만 전자장비 계통의 안정화에는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이런 사전 경고 신호들을 감지하고 빨리 대처하지 않은 채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간다면 곧 도요타와 같은 시련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석동빈 산업부 차장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