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범 음악평론가
그렇게 된 것은 출연 가수들의 열성적인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4차 관문에서 아깝게 떨어진 김창렬은 오페라가 좋아져 꼭 다시 오페라 아리아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고, 결승에 진출한 JK김동욱은 방송 기간 실제 오페라를 관람하기도 했다. 우승을 차지한 테이는 가장 오페라와 가까운 발성으로 아리아들을 소화했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오페라 아리아 등의 성악곡을 부르는 모습을 ‘오페라 스타’를 통해 보면서 오페라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오페라 스타’에 대한 뜨거운 반향
몇 주 만에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 오리지널 영국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가수들의 실력이 뛰어남을 증명하는 것이다. 클래식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을 통해 뛰어난 개인기와 작품성을 선보이며 월드 클래스에 도전 중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얼마 전 KBS 클래식FM ‘장일범의 가정음악’ 방송 진행 중에 한 청취자가 이런 질문을 보내왔다. “베를린필이 올가을 내한 공연을 하는데 2진이 온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냐”는 것이었다. 지난번 빈필 때에도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것은 정말 잘못 알고 있는 스스로를 비하하는 일종의 콤플렉스가 아닐 수 없다.
광고 로드중
서울시향이 세계 굴지의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음반 계약을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제 문화적 환경은 우리의 노력과 국제적인 변화로 많이 달라졌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오히려 침체를 겪고 있는 서양음악 시장은 실제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 3국이 만들어내는 클래식 아티스트와 음악 상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클래식 시장이 서구 종속적이고 소비적이었다면 이제는 창조자로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지금의 서울을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도시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세계 문화의 중요한 거점 도시라고 말할 수는 있다. 게다가 가까운 미래에 서울이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 도시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문화예술을 만들고 가꾸어 나가느냐에 따라서 판도는 달라질 것이다.
제1회 대한민국 발레 페스티벌과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곧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1993년 예술의전당에 오페라극장이 생긴 지 18년. 한국 성악가들은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슈타츠오퍼,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코번트가든 등에 당당히 서고 있다. 가수들과 오케스트라 인력들도 준비가 돼 있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가 보유한 튼튼하고 실력 있는 고급 예술 인력들이 아깝다. 이제 진정한 오페라극장, 오페라하우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연중 프로그램을 기획해 매일 번갈아 공연하는 레퍼토리 시스템을 갖춰 공연할 때가 됐다.
연중 오페라 프로그램 만들어야
그렇게 된다면 요즘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처럼 한국의 오페라와 발레 공연도 비약적인 발전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발레 페스티벌이 이런 레퍼토리 시스템으로 1년 내내 북적거리고 즐거운 축제로 자리 잡아 세계인들이 한국에 와서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보고 싶게끔 하는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를 만드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번에 대한민국 오페라와 발레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모두 몸을 던질 각오로 임해야 한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