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엄청난 발견을 하거나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면 회의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면도하다가 혹은 출근길에, 아니면 동료들이 잡답하고 있을 때 떠오른 아이디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이사장이었던 랠프 코디너의 ‘위원회 무용론’이다.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과 지식을 활용해 합리적 정책과 계획을 수립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위원회는 행정의 민주성 투명성 향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위원회를 거쳤다’며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많다.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나라 위원회는 아무도 책임을 안 지는 시스템이다. 굉장히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만 진지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1년에 한 번 회의하는 위원회라면 만들지 마라”며 “실제 일을 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위원회가 41개나 있다는 말을 듣고 “총리실이 위원회 집합소도 아니고…”라며 “총리가 끼고 장관 여러 명 끼는 것보다 민간단체가 중심이 돼서 하는 것이 좋다”는 개선 의견을 내놨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 출범 당시 364개였던 각종 위원회가 임기 말 416개로 늘어났다.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노무현 정부를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비판했지만 현 정부에서도 각종 위원회가 15개 늘어나 431개로 집계됐다. 중앙민방위협의회를 비롯한 11개 위원회는 이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정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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