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이라면 한 번쯤, 경기 도중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혀 얼굴이 노출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말도 안되는 경기 상황을 보며 일그러진 얼굴이 공개되기도 하고, 때로는 각종 먹을거리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한다.
관중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것이 야구 중계의 중요한 일부분이며, 카메라에 한번 잡혀 보고자 각종 이색적인 응원 문구도 등장하고 있다.
직업병의 일종일까. 그런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재미보다 걱정이 앞선다. 누구나 ‘초상권’을 가지고 있는데 과연 저렇게 막 찍어 내보내도 되는 것인지….
물론 관중이 야구장에 갈 때는 중계 화면에 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체로 인지하게 마련이며, 그로 인한 결과를 감수할 각오도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벗어나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수치심과 당혹감을 겪어야 한다면 어떨까?
몇 해 전 한 야구팬이 필자에게 법률상담을 요청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순간, 너무 분한 나머지 나지막이 욕설을 뱉었는데 그 장면이 중계방송을 타고 공개되었단다.
거기까지였다면 하필 그 순간에 욕을 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참고 넘겼으련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몇 차례에 걸쳐 그 모습이 리플레이 되는 바람에 각종 야구 사이트에서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과연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부정적인 모습이 그토록 여러 번 반복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더불어 한마디 덧붙이자면, 누군가의 당혹스럽거나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서 그다지 기쁘지는 않다. 즐겁기 위해 보는 야구 중계. 행복하고 유쾌한 모습만 화면에 잡아 주면 안될까.
변호사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