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현안 침묵…“내실 강조 스타일”
허 회장에게 실린 기대는 크게 두 가지였다. 재계 리더로서 ‘입바른 말’을 해주고, 전경련에 등을 돌린 LG가 복귀하도록 다리를 놓아 달라는 것이었다. 100일 만에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지만 이런 시도조차 감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계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허 회장 취임 이후 대기업은 초과이익 공유제, 연기금 주주권 행사,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파상공세를 받았다. 그러나 허 회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초과이익 공유제를 직설적으로 비판해 원치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취임 당시 허 회장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만나 재계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두 사람은 아직 만나지 않았다.
광고 로드중
이런 와중에 전경련은 내홍(內訌)까지 겪고 있다. 전경련이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에 예산과 인력을 줄이도록 강요하자 지난달 김영용 원장이 전격 사임한 것이다. 한경연과 전경련 일부 직원은 “회장이 바뀌면 임원진도 교체하는 관례를 깨고 허 회장이 인사를 하지 않자 기존 임원진의 전횡이 세졌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전경련 공식 라인에서는 이런 현상이 내실을 강조하는 허 회장의 스타일 때문에 빚어진 오해라고 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허 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매주 전경련에 들러 현안을 파악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책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취임 후 한 번도 언론에 나서지 않은 허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도 민감한 현안을 언급하기 부담스럽다며 GS그룹의 일정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