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은 원전 폐쇄의 길을 택했다. 독일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끈 좌파 연정 당시 2021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뒤이어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원전 가동시한을 12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폐쇄 방침으로 돌아갔다. 반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ERP라는 안전성이 강화된 신형 원전을 무기로 세계 원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 위기가 기회인 셈이다. 프랑스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에서 한국에 패한 이후 ERP 원전에 대해 ‘안전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홍보를 강화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직후에도 세계 각국이 원전 정책을 조정했다. 원전 산업의 압도적 선두였던 미국이 이 사고로 주춤한 사이에 프랑스 일본 한국이 뛰어들어 선두그룹에 진입했다. 세 국가 중 후쿠시마 원전의 피해 당사자인 일본이 한발을 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와 한국이 앞으로 원전 시장의 양강(兩强)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