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이날 선거에선 애리조나 주 한인회장을 거쳐 한인회 서남부연합회장을 지낸 김재권 총련 이사장(64)과 조지아 주 오거스타 한인회장을 지내고 한인회 동남부연합회장을 역임한 유진철 총련 부회장(57)이 신임 회장 자리를 놓고 맞붙었다.
현장에서의 직접투표와 부재자 우편투표를 합산한 결과 김 후보가 516표, 유 후보가 411표를 얻었다. 유 후보는 현장투표에서 83표를 얻어 김 후보(51표)를 앞섰지만 정작 우편투표에서는 김 후보에게 137표나 뒤졌다.
소란이 이어지자 호텔 측이 경찰을 불렀고, 급기야 유 후보 쪽에서 당선무효를 주장하면서 경찰이 사건을 접수하기 위해 다시 출동하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결국 미주총련 회장 선거에 공권력이 개입하게 됐다. 최종 결론은 앞으로 미국 연방경찰이 내리게 된다.
미주총련은 미국에 거주하는 250만 한인 동포를 대표하는 단체로 미국 내 168개 한인회의 전현직 회장 230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번 선거는 내년부터 실시되는 재외국민 참정권 투표를 앞두고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미주총련 선거가 미국 경찰의 손에 넘어가면서 양 후보는 모두 변호사를 사서 법정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계 의원을 미 연방의회에 한 사람이라도 더 진출시켜 한인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어느 때보다도 높여야 할 시점에 이런 대립과 반목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현장에 참석한 한 전직 한인회장의 탄식은 많은 교민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