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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 심장학 교수 “환자 돼보니 의료진 ‘안전의식’이 가장 절실”

입력 | 2011-05-30 03:00:00

심장학 세계적 명성 美 버크 교수 경희대 강연교통사고로 장애… “환자 용기 잃지 않게 해야”




한국을 방문한 미국 로체스터대 의무부총장 및 대학병원장인 브래드퍼드 버크 교수가 환자 중심의 진료 체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미국 로체스터대 의무부총장이자 대학병원장인 브래드퍼드 버크 교수(57)는 2009년 5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던 중 마주 오던 차를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심장학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가진 버크 교수는 자신의 상태를 금세 알았다. 다리에는 감각이 없었고 눈앞에 보이는 팔도 자기 것이 아닌 듯했다. 거친 숨소리는 횡격막이 크게 다쳤다는 것을 말해줬다.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던 의사는 한순간 환자로 전락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인과 딸은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며 그를 위로했지만 그는 사고 후유증에 시달렸다. 가족, 그리고 많은 사람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자 버크 교수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치료하던 로체스터대 병원 간호사가 나에게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을 때 벅찬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버크 교수는 환자가 되자 의사였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환자에게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환자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느껴야 의사를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 26일 경희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버크 교수는 “병원과 의료진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환자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주위의 격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고를 당한 지 열 달이 흐른 지난해 3월 버크 교수는 원래 자리인 로체스터대 의무부총장과 대학병원장 자리로 돌아갔다. 팔다리의 사용은 자유롭지 못하고 평생 휠체어에 앉아 생활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환자의 마음을 뼛속에서부터 이해했기 때문에 의사로서 더욱 활기찬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2010년 미국 5대 재활병원이 선정하는 ‘놀라운 미국인’으로 뽑혀 ‘희망의 상징’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버크 교수를 초청한 경희대는 앞으로 로체스터대와 공동으로 심장내과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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