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00명 古城마을 탄성의 기립박수 화답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 씨(왼쪽)와 한국인 피아니스트 김민정 씨가 26일 폴란드 완추트 마을의 고성 자메크 캐슬에서 열린 음악회 1부에서 슈만 ‘환상소곡집’ 작품73 연주를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완추트=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직접 가르칠 필요 있나요. 저는 공연을 통해 후학을 가르칩니다.”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고 있는 마이스키 씨가 26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폴란드의 작은 마을 완추트에서 공연을 가졌다. 인구 2000명의 완추트는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 시에서 차로 30분 거리. 이곳의 고성(古城)에서 열리는 ‘완추트 뮤직 페스티벌’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이 페스티벌은 로코코 양식의 18세기 성에서 바로크 시대 등의 음악을 만나는 자리다. 1961년 첫 회 이후 500여 회의 공연이 열렸다.
완추트 마을은 그림같이 아기자기했고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고성 ‘자메크 캐슬’에서 열린 공연은 시간을 중세로 돌린 듯했다. 공연장인 2층 홀은 금세 450여 석이 가득 찼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작품 5-2로 시작한 듀오 공연은 슈만의 환상소곡집 작품73의 격정적인 연주로 이어졌다. 슈베르트의 ‘물레방앗간과 시냇물’의 감성적인 선율이 흐를 때는 열린 창문으로 들려오는 시냇물 소리와 새 소리가 어우러져 동화 속의 한 장면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브람스의 첼로소나타 작품 38번을 마지막으로 2시간 동안의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폴란드 제슈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블라디미르 키라치예프 상임지휘자는 “마이스키 씨는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연주를 즐겨 함께 공연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김민정 씨가 준비를 많이 했고, 호흡을 잘 맞춰서 훌륭한 공연을 펼쳤다”고 말했다.
마이스키 씨는 “공연장이 아름다웠고 관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협연을 한 김 씨에 대해선 “나는 연주로 표현하는 사람이지 (말로) 평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면서도 “김 씨가 곡에 대한 이해를 매우 잘하고 연주에 임했다”고 했다.
이번 공연을 추진한 권순덕 쉔부른클래식매니지먼트 대표는 “폴란드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한국 피아니스트의 저력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내년 가을에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추트(폴란드)=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