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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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시진 감독은 2009년 시즌 후 이택근, 장원삼, 이현승을 트레이드로 떠나보내며 “열 손가락을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모두 아픈 손가락, 친아들 같은 선수들이지만 그 중에서 강정호는 김 감독에게 조금 더 특별하다.
강정호는 전신 현대의 최고 유망주 중 한명이었지만 2008년 이광환 감독이 포수로 기용한 적이 있을 정도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2009년 히어로즈로 돌아온 김 감독은 강정호의 성실함과 가능성을 믿고 국가대표 유격수로 키워냈다. 그 해 시즌 초 강정호는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며 수비에서도 자주 실책을 기록했지만 흔들림 없이 매일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타율 0.286, 23홈런으로 믿음에 보답했다. 김 감독은 2010년 초 사석에서 “나는 언제 팀을 떠날지 모르지만 강정호는 10년 동안 내야와 타선을 이끌 수 있는 선수다. 소중한 팀에 영원한 선물을 안겼다고 생각한다”며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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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는 24일 3-4로 뒤진 9회말 1사,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다음타자 알드리지의 유격수 내야 플라이 때 2루로 뛰어 병살을 만든 ‘본 헤드 플레이’를 연출했다. 그대로 경기 끝, 넥센은 허무하게 6연패를 당했다. 25일 김 감독은 “슬럼프는 누구나 있을 수 있지만 집중력 있는 경기가 아쉬웠다”며 “강정호는 2군에서 성적이 나오면 올리겠다”고 답했다.
강정호는 25일까지 타율 0.234, 1홈런, 16타점, 그리고 실책 5개까지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었다. 그래도 “강정호는 우리 팀 4번이다”고 믿었던 김 감독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연패, 추락은 막아야 했다. 씁쓸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던 김 감독에게 제갈공명이 군율을 위해 가장 아끼던 마속의 목을 베었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 느껴졌다.
목동|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