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위험자산 기피가 심해지면서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신흥국 증시에서 글로벌 자금이 본격 이탈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낙관론이 팽배했던 국내 증시도 코스피 2,000 선이 깨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겠지만 적어도 유럽 재정위기 해법이 도출되고 국내 기업의 2분기 이익 전망치가 나오는 다음 달 중순까지는 지금과 같은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외국인 10거래일째 매도 공세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이날도 약 750억 원어치를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옵션만기일이던 12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2009년 2∼3월 17거래일 연속 팔았던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긴 매도 공세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매도한 주식은 약 3조5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유럽계 자금의 순매도 규모가 2조 원을 웃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될수록 유럽 은행들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해 신흥시장, 특히 아시아에 쏟아 부은 돈을 회수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12∼18일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 글로벌 자금 16억5000만 달러가 빠져나가며 8주 만에 순유출세로 돌아섰다.
○ “글로벌 유동성 우려 높아져”
포르투갈 구제금융을 끝으로 일단락될 것 같았던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 채무 재조정 문제가 불거진 데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이탈리아 벨기에의 신용등급 전망마저 낮추면서 대형 악재로 떠올랐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약세가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한계에 달했고 미국 경기는 둔화되고 있으며 신흥국은 긴축정책을 지속하면서 상승 동력에 공백기가 생겼다”며 “코스피가 2,000 선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가 화학, 자동차 등 특정 업종에 집중되고 있고 유럽계가 순매도 주체라는 점에서 단기 차익 실현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계 자금은 과거에도 재정위기 문제가 부각될 때 일시적인 순매도를 보이다가 상황이 호전되면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