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英 ‘풋볼 풀스’가 축구토토 시초
스포츠 레저 활동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베팅이 시작된 것은 18세기 경마 북메이커(마권업자)가 등장하면서였다. 북메이커는 어느 말이 우승할지에 대한 예측뿐 아니라 개별 경주마에게 배당률을 제시해 고객들을 끌어모았다. 스포츠토토 제공
태초에 베팅이 있었다.
인류의 최초 갬블링(도박)에 대한 기록은 문헌으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달리기나 돌 던지기 등 경쟁을 했고, 이를 대상으로 내기를 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스포츠 활동에 내기를 한 기록은 약 4000년 전 히타이트 왕국이 남긴 설형문자로 전해진다. 히타이트인들은 경마를 하며 청동주화를 걸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로마 시대에도 검투사들의 대결을 놓고 베팅을 주관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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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영국에서 최초의 프로축구가 탄생하면서 스포츠베팅은 하나의 산업으로 떠오르게 됐다. 1900년대 초 유럽에 축구 열기가 확산되면서 수백만 명의 관중이 생겼고 북메이커들은 자연스럽게 축구로 눈을 돌렸다. 1923년 영국에서 발행된 ‘풋볼 풀스’는 세계 최초의 축구토토로 이름을 알렸다. ‘풋볼 풀스’는 큰 인기를 끌었고 유럽 각국이 국영복권사업을 도입하는 단초가 됐다. 영국 축구를 대상으로 불법 베팅이 성행했던 스웨덴에서는 1934년 정부가 직접 스포츠베팅 업체를 설립했고, 영국 못지않게 축구에 열정적인 이탈리아는 1946년 스웨덴의 국영 모델을 따라 스포츠베팅 사업을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1960년 로마 올림픽 운영 자금을 모두 축구토토인 ‘토토칼초’ 수익금으로 조달하기도 했다. 유럽인들은 토토를 운에 맡기는 복권으로 생각하기보다 정보를 모아 결과를 추리하는 지적인 게임이라 여긴다. 이탈리아에는 축구토토 판매점이 1만8000여 개나 있을 정도로 스포츠베팅 인기가 대단하다.
베팅업체들은 세계 각국에서 성업 중이다. 스포츠토토의 자료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의 나라인 잉글랜드에 수십 개가 있고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의 축구 강국에도 관련 업체가 있다. 유럽보다는 늦었지만 아시아에서도 2000년 3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일본(2001년 3월), 한국(2001년 9월), 중국(2002년 3월), 홍콩(2003년 8월)이 합법적인 스포츠베팅 시대를 열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