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국제부
북한이 두 번째 강성대국 달성 시기로 정한 2012년이 다시 코앞에 다가왔다. 여전히 경제 사정은 1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이대로라면 내년 북한의 민심은 정권을 완전히 떠나 심각한 체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당장 주민들에게 줄 쌀도, 돈도 없다. 그래서 김정일은 지금 마지막 카드를 꺼내려 하고 있다. 2002년 그랬던 것처럼 주민들에게 ‘기대와 희망 심어주기’를 하려는 것이다. 내년에 나진선봉과 신의주 앞 황금평에서 경제특구를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주민들은 “이번엔 정말 개방하는가 보다. 이왕 참은 것 조금 더 참아보자”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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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주민들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을 때 닥칠 분노의 민심은 김정일도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기대와 희망만 심어줘도 그가 죽을 때까지 권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에게 권력을 상속해 줄 시간도 벌 수 있다. 여기에 경제특구가 김정일의 계획대로만 되면 경제 파탄으로 앞길이 막막한 김정은호에 숨통을 터줄 수도 있다.
물론 김정일의 대국민 쇼에는 위험도 따른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봉쇄와 결핍에 익숙해진 체제이며, 문을 닫고 버티는 데는 전 세계가 경악할 정도의 참을성을 갖고 있다. 문을 여는 일은 김정일에겐 익숙한 게임이 아니다. 내년 북한은 문을 조금씩 열어가다 여차하면 곧바로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단 한번 문이 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김정일도 장담하기 어렵다.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