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창수 前차관 ‘부산저축銀 예금 인출’ 파장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이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가 금융당국 고위층과 정부 고위공직자 간 ‘정보유출 커넥션’을 밝히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관보와 국회공보에 따르면 올 1, 2월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 5곳과 보해, 도민, 삼화저축은행에 본인이나 가족 이름으로 지난해 말 기준 1000만 원 이상 예금을 갖고 있는 고위공직자와 사회지도층 인사는 모두 44명. 이들 중에는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가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13명 △법원장 등 고위 법관 8명 △대학 총장 등 교육계 고위 인사 5명 △공기업 사장 2명 순이었다. 국회의원은 1명밖에 없었다. 이들의 예금액 합계는 26억7722만 원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5000만 원 이하 예금은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찾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당인출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예금주, 직업 등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받아 부당인출자 분류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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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위공직자 등이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알고 돈을 미리 빼낸 사실이 확인된다 해도 이들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행 형법은 전현직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누설한 자는 명백하게 형사처벌할 수 있지만 이를 전달받은 사람은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은 영업정지 정보를 전달받고 예금을 인출한 사람도 부당인출의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해 형사처벌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부당인출을 한 예금주를 대상으로 영업정지 예정사실을 누구로부터 들었는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만약 영업정지 방침을 결정한 TF나 금융당국에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밝혀지면 저축은행의 부실을 묵인,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당국이 또 한 번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수의 고위층만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알고 예금을 미리 빼냈다면 도덕적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