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8시 평양, 네온사인에 식당손님 북적…北-中경협 신의주 연회장엔 漢字 첫 등장”
압록강 건너 보이는 中단둥 고층빌딩 숲 신의주 압록강변 부잔교. 고층건물이 늘어선 중국 랴오닝 성 단둥의 모습이 닿을 듯 보인다.
―평양 거리는 어땠나.
“거리에 네온사인도 보였다. 오후 8시 무렵 음식점이 열려 있고 손님도 많았다. 1년 반 전보다 자동차 통행량이 3배쯤 많았다. 비포장이지만 최근 정돈된 것으로 보이는 평양∼신의주 도로를 빨간색 신형 덤프트럭 수백 대가 오가고 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를 연출로 보기는 어렵다”며 “지지 세력이 주로 거주하는 평양이 풍족해야 충성을 기대할 수 있어 자금이 집중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평양에 자주 오가는 사람들에 따르면 갈수록 차가 늘고 전깃불도 밝아지고 있다.
―사람들의 모습은….
신의주-평양도로 신형 덤프트럭들 중국 접경지대인 신의주와 평양을 잇는 비포장도로. 신형 덤프트럭을 자주 볼 수 있다. 인요한 과장 제공
기독교 봉사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은 올해 초 작물을 덮을 농업용 비닐 2000롤을 북한에 기증했고, 이번 방문에서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 일행은 비닐을 지원한 평안북도 협동농장과 병원 등을 찾았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김정일이 다녀갔다는 치과 모습 평양에 있는 치과병원의 진료 모습. 병원 앞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다녀갔다는 표지가 있다.
북-중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는 움직임은 자주 포착됐다. 인 과장의 증언은 이런 조짐이 실현되고 있음을 뒷받침해 준다.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사상 최고치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북한 수입 상위 3품목은 무연탄 철광석 주철 등 자원류였다.
―그레이엄 목사와 북측 고위층 간 어떤 대화가 오갔나.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의춘 외무상을 만났다. 김일성 주석과 친분이 두터웠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했고, 북한을 떠나는 날 김 위원장이 보낸 선물을 받았다. 그레이엄 목사 측이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를 풀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김영대 부위원장이 거절했다. ‘자꾸 국경을 넘고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 이제는 미국 정부와 접촉해 풀어 나가야지 민간 차원에서 개인이 왔다 가서는 안 된다’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해 인도적 차원에서 에디 전(전 목사의 영어 이름)을 석방해 달라고 했지만 북측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식량 사정은 어떤지….
“협동농장에서 만난 농민들로부터 지난해 수해 때문에 쌀 수확량이 30% 이상 줄었고, 겨울에는 혹한 탓에 보리 밀 감자 등 겨울 2모작용 농작물이 모두 얼어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 북한 관리들은 비료를 가능한 빨리, 되는 데까지 달라고 요청했다.”
‘사마리아인의 지갑’은 식량 부족으로 북한에서 600만 명이 기아와 영양실조 또는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