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월만에 민영화 재시동
○ “산은금융 대상 외줄 협상”
정부가 발표한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방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우리금융 전체를 일괄 매각하되 최소 입찰규모를 지분의 30%로 설정한 것이다. 응찰자들에게 ‘주식대금과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경영권을 가져가라’는 확실한 신호를 준 것이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사실상 산은금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우리금융 민영화 중단 이후 지금까지 간접적으로라도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곳은 산은금융이 유일하다.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도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를 돕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는 자본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금융지주사, 사모펀드(PEF), 컨소시엄 등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이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시행령 개정은 곧 금융지주사 인수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용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시행령 개정은 부처 간 이의가 없다면 통상 1개월 반에서 2개월 정도 걸린다”며 “입찰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권 “산은금융 들러리 안 설 것”
정부는 ‘산은금융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가상의 후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산은금융과의 ‘사전 교감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17일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산은은 인수 희망자 중 하나이며 (다른) 강력한 후보들이 시장에 존재한다”며 “어떤 픽처(그림)도 그려놓은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 ‘산은+우리’ 메가뱅크 첩첩산중
금융권에서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짝짓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해 실제 성사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 대형화에 대한 회의론이 커진 데다 거대 금융기관의 출현은 민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공적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금융기관이 합치면 자산이 505조 원으로 불어나지만, 글로벌 순위는 고작 54위에 불과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 시행령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편 공자위는 우리금융 입찰에 2곳 이상이 참여하는 ‘유효경쟁’의 원칙을 지키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산은금융이 단독 입찰하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국가계약법상 산은금융에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을 넘기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김용범 국장은 “(우리금융 매각에 한 곳만 입찰해) 재입찰을 해도 한 곳밖에 인수 희망자가 없으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며 “굳이 재입찰하지 않더라도 한 곳밖에 없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