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내년 4월 19대 총선에 내보낼 후보들을 이른바 국민참여 경선이라는 상향식 공천을 통해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원이 아니더라도 유권자라면 누구나 당내 경선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와 당원을 일정 비율 참여시키는 제한적 국민참여 경선제가 거론된다.
공천권을 당 지도부가 쥐지 않고 후보 결정부터 민의를 묻는다는 설명만 들으면 그럴듯하다. 2008년 18대 총선 공천에서 당시 지도부의 전횡이 빚은 친박(親朴)인사 낙천파동은 한나라당의 분열을 심화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 하지만 국민참여 경선제는 공천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방편으로 변질될 수 있다. 상향식 경선이라니 민주적인 방식 같지만 정치 신인이 평소 조직관리를 하고 얼굴이 알려진 현역 의원과 공정한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
친이, 친박을 가리지 않고 현역 의원의 90% 이상이 국민참여 경선제에 찬성하고 있는 배경엔 기득권자들의 묵시적 공감대가 깔려 있다. 국민참여 경선제가 도입되면 돈과 향응을 제공해 줄을 세우는 조직선거의 폐해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정권을 만든 캘리포니아 사단의 에드윈 미즈는 “사람이 정책이다(People are Policy)”라고 했다. 사람을 바꿔 달라졌다는 변화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심어줘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은 1996년 15대 총선(당시 신한국당) 이후 역대 총선마다 40% 가까운 물갈이를 통해 위기 국면을 헤쳐 나왔다. 현역 의원들의 압력에 눌려 참신한 신진인사 영입을 주저하면서 공천개혁을 입에 올리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한나라당이 기득권의 아성을 스스로 깨지 못하면 총선 민심은 더 멀어질 것이다. 한나라당이 살려면 낡고 창의력 없는 의원들을 무대에서 퇴장시킬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