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캐디 프로저의 힘
“16번홀에 있을 때만 해도 이 대회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도왔다.”
최경주가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의 과정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경기 뒤, 최경주는 1타 차로 선두 데이비드 톰스를 추격하던 16번홀(파5)을 가장 인상 깊었던 홀로 꼽았다. 이 홀에서 최경주는 티샷이 왼쪽 숲 쪽으로 날아갔다. 다행히 나무를 맞고 공이 페어웨이 쪽으로 떨어졌지만, 숲 속으로 들어갔더라면 역전은 꿈도 못 꿨을 아찔한 상황이다.
이 순간 노련한 최경주의 캐디 앤디 프로저도 힘을 실어줬다. 프로저는 최경주에게 “걱정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다음 샷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격려했다. 최경주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노리지 않고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는 전략을 택했다.
이 홀에서 파를 잡은 최경주는, 보기를 적어낸 톰스와 공동 선두가 됐고, 다음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역전에 성공했다.
2004년부터 프로저와 호흡을 맞춰온 최경주는 “앤디(프로저)는 내 아내이자 가족이자 형제다. 내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언제나 농담과 긍정적인 격려로 즐겁게 해준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