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테마여행 다녀온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최근 대규모 수학여행 대신 학급별 소규모·테마형 수학여행이 일선 학교에 권장됨에 따라 한층 내실 있는 체험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교생은 수학여행 준비과정, 체험 내용, 느낀 점 등을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면 좋다. 서울 양재고 제공
○ 수학여행 준비과정… 리더십 발휘한 내용을 담아라!
소규모 수학여행은 여행준비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의 참여 기회가 넓다. 학교가 정한 장소와 일정을 수동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원하는 수학여행 테마 및 장소를 선택하거나, 학급 자치회의를 통해 여행의 주제·장소·프로그램을 계획할 수 있다. 즉, 수학여행 준비과정을 자신의 진로활동 또는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포트폴리오에 기록할 수 있게 된 것.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포트폴리오에 기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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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장소를 정하면 안 된다. 세부 일정까지 꼼꼼히 살펴본 뒤 평소 자신의 적성, 희망진로, 관심사에 걸맞은 장소를 선택한다. 포트폴리오에선 해당 장소를 선택한 동기를 밝힘으로써 진로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예컨대 ‘국어 시간에 서정주의 문학작품을 감명 깊게 읽었다. 이런 이유로 서정주 생가를 둘러볼 수 있는 남도문화권에 가보기로 결심했다’고 적는 것이다.
학급회의를 통해 수학여행 일정을 정하는 학교라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을 포트폴리오에 자세히 기록하자.
서울 숭의여고는 3월 중 학급회의를 열어 학생 의견과 담임교사의 노하우를 결합해 여행 장소 및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먼저 담임교사가 ‘강원권’ ‘전라권’처럼 대략적인 권역을 제시하면 학생들이 해당 권역에서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 그러면 교사는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에 가장 적합한 세부적 체험활동 장소를 제안한 뒤 다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 학교 특별활동부장인 심재한 교사는 “꼭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거나 체험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학급회의에서 주도적으로 발표하는 게 좋다”면서 “자신의 의견에 대해 친구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이를 실제로 프로그램에 반영시키는 자치활동 경험을 포트폴리오에 기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적극성과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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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수학여행에선 대규모 단위로 움직일 땐 실시하기 어려웠던 체험활동도 이뤄진다. 전북 임실 치즈마을에서 치즈를 만들어 보거나,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탈춤공연을 관람하는 식이다. 체험활동이 끝난 후엔 조별토론도 가능하다.
평소 쉽게 참여하기 힘든 기회인 만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체험 내용과 느낀 점을 포트폴리오에 자세히 서술한다. 예를 들어 자연계열 학생이 전문적인 영농방법을 이용한 농촌체험활동을 했다면? 친구들과 ‘과거 영농방식과 현재 영농방식의 공통점 및 차이점’ ‘영농기술 발전에 과학이 끼치는 영향’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해본다. 포트폴리오엔 체험 내용과 함께 토론 내용, 느낀 점 등을 기록한다.
소규모 수학여행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약되는 만큼 학생 개개인이 장소별로 견학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늘었다.
서울 양재고 어성록 부장교사는 “좋은 포트폴리오는 경험을 통한 자신의 생각과 함께 그로 인해 자신의 내면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면서 “견학을 마치고 넉넉하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메모해 두면 효과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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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은 “잠시 수험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학여행 동안 나의 미래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면서 “생각의 조각들을 여행 중 찍은 사진과 함께 정리하면서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이러한 내용을 ‘PD가 영상에 자막을 덧붙인다’는 마음으로 포트폴리오에 기록했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