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재 한국동위원소협회 교육연구 원장, 전 한국수력원자력 방폐본부장
모두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원자력 선진국에서 일어났으니 벌써부터 원자력 발전의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는 이미 원자력 발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로 즉각 전환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안전을 강화한 후 원자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의 불안은 외환위기 때 못지않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원자력 발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숙제를 혁신적으로 풀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첫 번째는 원전의 안전성 보장이다.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대규모 정전과 같은 예상을 뛰어넘는 재해에 대한 안전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용후핵연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미국은 ‘유카 산’을 처분 후보지로 정했다가 30년이 지난 후 이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프랑스와 일본도 아직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으나 전문가들조차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 원자력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100만 년 동안 안전함을 입증해야 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첨단 핵반응으로 변환시켜 반감기가 짧은 중저준위 폐기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준위를 중저준위로 변환시키면 몇백 년만 관리하면 안전성이 보장될 수 있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벨기에 등의 전문가들이 이 혁신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월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연구 성과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이제는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이 기술을 실증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사용후핵연료의 중저준위화 기술은 우리나라 같이 원자력 발전을 많이 하면서도 국토가 협소한 경우 최고의 효력을 발휘한다. 우리는 이미 건설 중인 동굴 방식을 활용하면 사용후핵연료를 중저준위화해서 처분할 수 있다. 병원과 일반 산업체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므로 어느 나라도 중저준위 처분장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없앨 수 있는 이 혁신 기술은 국민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송명재 한국동위원소협회 교육연구 원장, 전 한국수력원자력 방폐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