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복무 군의관 구할수가 없다
부실한 군 의료체계에 대한 군 안팎의 비판과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군 의료사고가 날 때마다 국방부는 인력 확충과 시설 개선 등 각종 대책을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5년 제대 보름 만에 위암으로 숨진 노충국 씨에 대한 군의 합동감사 결과 군의관의 진료기록부 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국방부는 군 의료체계의 총체적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군 의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숙련된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근무 중인 군의관 2200여 명 가운데 96% 이상이 병원에서 인턴을 끝냈거나 갓 전문의 자격을 딴 의사들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군의관이 실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임상 경험이 부족하고 총상과 같은 중대한 외상 치료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방부는 2008년 5월부터 장기복무 군의관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013년까지 민간 의사 180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했지만 지지부진하다. 국군수도병원의 민간 의사 30여 명을 제외하곤 다른 군 병원에선 민간 의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민간 의사들이 군의 처우 수준으로는 거의 지원하지 않아 사실상 계획 달성은 불가능한 형편이다.
또 군의관의 안정적 배출을 위해 2008년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도 의사협회의 반발과 예산 문제 등으로 최근 무산되면서 군 의료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국방의학원을 통해 연간 40명의 장기복무 군의관과 60명의 공중보건의를 양성해 점진적으로 군의관 600여 명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군 관계자는 “2009년에 군의관 대상자와 수요 인원을 예측한 결과 앞으로 10년 안에 군의관 정원의 50% 결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낙후된 군 의료시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직도 전방지역을 비롯한 일선 군부대에는 건립된 지 30∼40년이 지난 군 병원들이 적지 않다. 육군 일선 부대의 한 지휘관은 “군 병원의 낡은 시설과 장비 때문에 장병들은 군내 진료를 불신할 수밖에 없고, 중증질환은 물론이고 가벼운 질환도 일부러 휴가를 내고 민간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장병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료체계야말로 싸우면 이기는 선진강군을 육성하는 데 필수적 요소”라며 “인력과 시설 확충 등 군 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