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1사단 66연대 소속 오동은 병장(22)이 몸에 이상을 느끼고 사단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8월 말. 며칠째 속이 메스껍고 체중도 102kg에서 62kg으로 줄어든 오 병장을 검진한 군의관은 ‘중증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군의관은 오 병장을 데리고 간 중대장에게 일주일분의 우울증 약까지 처방했다.
이후로도 오 병장은 지난해 10월 중순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같은 증세를 호소했지만 사단 병원의 우울증 진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병세가 악화된 11월 초에야 국군 홍천병원을 찾은 오 병장은 군의관에게서 폐결핵일 수 있다는 소견을 들었고 얼마 뒤 폐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오 병장의 두개골에 구멍을 내 물을 빼내는 한편 뇌경색 위험도 커 혈관을 펴는 수술까지 했다. 이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 추가로 뇌수술을 받아 고비는 넘겼지만 오 병장은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엔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담당 의사는 오 병장의 가족에게 “폐결핵균이 뇌로 침투해 뇌의 30% 이상이 손상되는 바람에 회복이 힘들고 평생 이런 상태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군 병원의 초기 진단 착오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병세가 손쓸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고 가족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 21사단 측은 “초진 당시 X선 촬영 등을 했으나 특별한 증상을 발견하지 못하던 차에 오 병장이 우울증 자가진단표를 가져와 우울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정신과 진료를 권했고 이후 찾아왔을 때도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보여 우울증 치료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당시 오 병장을 진료한 군의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군 당국은 “규정상 군의관이 언론과 직접 접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새벽 20km의 야간 행군을 마친 뒤 부대로 복귀한 노 훈련병은 고열 증세로 부대 병원을 찾았지만 군의관이 환자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는 바람에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일병 계급의 의무병이 당직 군의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노 훈련병에게 해열진통제만 처방한 다음 부대로 복귀시킨 게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훈련소 측은 처음엔 “의무병이 군의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임의 처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듭된 확인 요구에 “군의관이 직접 진료하지 않고 의무병이 해열제 처방을 한 게 맞다. 당직 군의관에게 보고했는지는 조사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노 훈련병은 고열 증세가 계속되고 병세가 악화되자 육군훈련소 지구병원에서 패혈증 의심 진단을 받은 뒤 민간병원인 건양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노 훈련병은 뇌수막염으로 인한 패혈증과 급성호흡곤란 증세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잠복기가 며칠에 불과한 뇌수막염의 특성을 고려하면 입대 후 병에 걸렸을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에 다니다 올해 3월 입대한 노 훈련병은 173cm, 70kg의 체격으로 현역 1급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입대 전 특별한 병을 앓은 적이 없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