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2년에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여야 모두에 필요한 것은 지역, 세대, 남북, 계급이라는 국민의 ‘부분적 의사(partial will)’에 호소, 영합하기보다는 국민과 소통을 잘하는 것이다. 여야 모두 부단히 밑바닥의 민심을 읽고, 억울한 민성(民聲)을 듣고, 저잣거리에 나가 민생의 현장을 보고 느끼면서 민초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하에서도 표는 소수의 부자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민초가 갖고 있다. 민초들을 위한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매도해도 민초들의 슬픔을 애통해하고, 그들의 ‘아픔을 사랑하는’ 후보가 당선됐다.
지역-세대-계급에 영합해선 안돼
조선왕조가 500년 이상 장기 지속된 가장 큰 이유는 공론의 소통을 제도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표적인 것이 경연(經筵)이다. 조선 국왕은 매일 경연에 나가 의무적으로 강론을 들어야 했다. 경연은 단순히 군주가 유교경전을 읽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연을 통해 국왕의 정책, 인사, 상벌, 언행에 대해 공론을 묻고 민심의 동향을 들으며 지지 여부를 파악하는 제도적 공론장이었다. 조선조에서는 경연 외에 의정부제, 언관제도, 상소제도가 있어 공론이 지배했고 군주와 신하 간에 정치적 소통이 원활했다. 조선조 말에 이르러 정치가 가족, 가문, 씨족, 학파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적영역(private sphere)이 됨으로써 왕조의 멸망을 재촉했다.
민주화 이후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도 있었으나 선거 결과를 보면 여전히 권력은 국민에게 머물러 있고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주권재민의 민주주의하에서 권력을 위임받으려면 부단히 주권자인 국민과 소통을 통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재빨리 파악하고 정책으로 응답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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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소통을 잘하는 지도자는 소통을 통해 통합을 이루어내는 지도자이다. 소통의 목적은 국민과 하나 되는 것이다. 신라의 고승 원효는 소통을 통한 통합이라는 회통론(會通論) 또는 화쟁론(和諍論)을 설파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압축적 산업화, 민주화와 정보기술(IT)혁명으로 다양한 갈등이 중첩돼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는 갈등하고 있는 집단 간, 세대 간, 양성 간, 계급 간, 지역 간에 소통을 통한 통합을 요구한다. 정치지도자들은 정파의 대표인 동시에 국민적 통합의 상징이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는 여러 갈등하는 집단 간의 대화를 추진하고, 그들을 화해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사회통합을 이루어내야 한다.
계층 뛰어넘어 국민과 소통 나서야
마지막으로, 소통을 잘하는 지도자는 다원주의적 소통을 하는 지도자이다. 공자는 “군자는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화합하나 소인배는 같아지기를 구하나 진심으로 화합하지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고 했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지역, 세대, 계급, 남북문제에서 아직 다원주의적 소통을 못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특정 집단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마이웨이를 고집한다면 그들에게 2012년은 없다. 한국 정치인들은 국민과 소통해야 하고 다원주의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기업과 소통해야 하고, 노동자와도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가, 노동자, 시민단체, 정치인들이 서로 소통하도록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