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습니다.” 일본프로야구 홍보 담당자들은 감독 또는 선수와의 인터뷰를 요청하면 이렇게 말한다. 당사자의 허락 없이는 안 된다는 거다. 취재진은 더그아웃 주변에 모여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한다.
박찬호와 이승엽이 소속된 오릭스의 고시엔 방문경기 취재를 갔을 때도 그랬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말없이 걸었다. 기자 20여 명은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복도를 지나 실내연습장을 둘러본 그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평하는 일본 기자는 없었다.
한국프로야구는 야구 기자가 취재하기에 천국과 같다. 경기 당일 오후 더그아웃으로 가면 감독과 선수를 만날 수 있다. 감독 옆에 앉아 지난 경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듣는다. “1점 차 승부에 강한 팀이 진정한 강팀이다”(류중일 삼성 감독)라거나 “잘 노는 선수가 운동도 잘한다”(김시진 넥센 감독)는 식의 명언은 이 자리에서 나온다. 훈련을 마친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인터뷰를 할 수 있다. 경기장과 TV에선 볼 수 없는 야구 기자만의 특권이다.
더그아웃은 야구단엔 야전사령부이지만 기자들에겐 사랑방과 같다. 경기가 열리기 전 감독과 선수를 만나는 일은 즐겁다. 그 속에서 오늘도 각본 없는 야구 드라마가 준비되기에.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