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하지만 문제가 된 업체 중 하나인 매일유업이 앱솔루트(중국 이름 진뎬밍쭤·金典名作)분유 등을 중국에서 팔고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상기시킨다. “중국 수입제품은 중국 당국의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안전하다”는 매일유업의 반론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 “많은 보따리상이 한국산 유제품을 한국에서 정식 통관절차를 밟지 않고 들여와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지적도 곁들인다. 보도를 본 사람은 “해가 없다”는 한국 정부나 업계의 발표보다 한국 유제품에 발암물질인 포르말린이 함유된 것에 주목하게 된다.
지방 언론들은 더 노골적이다. 상하이(上海)의 한 언론은 ‘당국이 상하이산 유제품 36종에 대해 포르말린 검사를 해보니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거나 ‘상하이에는 한국에서 수입된 문제 분유 없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쓰촨(四川) 성의 한 언론은 아예 ‘포르말린 수입우유 조사, (우유) 먹으면 실명할 수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편파적이다 못해 이참에 자국 우유업계를 도와주겠다는 저의까지 보인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현재 중국 판매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한국 정부의 고위 인사는 중국 식품안전 관계자에게 “이번 포르말린 사건을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 식품의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식품 전반에 대한 불신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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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식품안전에 민감한 것은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언론에 좀 더 중립적인 자세로 이번 사건을 다뤄줄 것을 촉구하지만 국내 업체들도 이번 일에서 교훈을 찾았으면 한다. 우리 업체끼리의 무분별한 폭로와 근거 없는 흠집 내기는 결국 해외시장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말이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