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는 지난달 12일 전력차단기 고장을 일으킨 뒤 5일까지 가동이 멈췄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안내판을 봤다. 한 직원은 “차단기가 벌어져 생긴 몇 mm에 불과한 빈틈 때문에 발생한 불명예스러운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고리 원전을 방문한 날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모든 정밀점검을 마친 다음 날이었다. 정영익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장은 “원전에 들어간 부품 500만 개 중 하나에만 이상이 생겨도 원전 전체가 정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전 직원이 충격을 받았다”며 “앞으로 부품 각각에 대한 정밀검사를 더욱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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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물 밖으로 나오니 넓은 바다가 시원하게 보였다. 하지만 고리 원전 용지가 지진해일(쓰나미)이나 태풍으로 인해 해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해안방벽을 높이기로 함에 따라 탁 트인 전경도 보기 힘들게 됐다. 문병위 고리1발전소장은 “고리 원전은 위치상 지진보다 태풍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는 원자로 건물 주변에만 방벽이 있는데 이를 원전 전체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리 원전은 2003년 태풍 매미가 지나갈 때 바닷물이 소량이지만 용지 안으로 들어온 적이 있다.
부산=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