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힘’ 김영빈. 포털아트 제공
그녀가 네모의 감옥을 발견한 것은 얼마 전의 일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그녀는 기계적인 회사생활, 기계적인 출퇴근, 기계적인 인간관계로부터 기이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명민한 그녀는 자신을 에워싼 외부세계를 세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래잖아 모든 문제의 핵심이 ‘네모’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네모 아파트, 네모 방, 네모 책장, 네모 테이블, 네모 침대, 네모 탁자, 네모 책, 네모 노트, 네모 빌딩, 네모 엘리베이터, 네모 출입문, 네모 모니터, 네모 휴대전화, 네모 내비게이터, 네모 창, 네모 전동차, 네모 시내버스…. 열거하다가 그녀는 돌아버릴 것 같아 머리를 감싸고 “악!” 소리를 질렀습니다.
현대인이 현대화시킨 대부분의 것들은 네모의 규격 속에 갇혀 있습니다. 가로와 세로의 교차를 통해 탄생하는 무한 네모의 정글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인 답답함을 느끼며 여행을 떠나거나 밖으로 나가고자 합니다. 그것은 네모에 대한 무의식적 저항이나 도피일 수 있습니다. 규격화된 네모 감옥에 갇혀 살면서 우리의 의식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네모가 됩니다. 네모가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네모 안에 자신을 가두고 스스로 네모의 표상이라고 과시합니다. 네모난 마음을 지닌 인간, 네모나게 각이 잡힌 인간은 융통성과는 거리가 멀고 자연스러움과는 더더욱 거리가 멉니다.
인간의 마음에는 형상이 없습니다. 그것은 네모도 아니고 세모도 아니고 동그라미도 아닙니다. 그것은 어떤 식으로도 규격화되지 않고 한없이 자연스러워 형상으로도 성향으로도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이 네모의 정글에 갇혀 살아가니 답답하고 숨통이 막히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어쩔 수 없이 네모의 세상에 갇혀 산다고 해도 시시때때로 네모의 공간에서 벗어나 숨통을 트이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땅을 밟고 걷는 일,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야를 넓히는 일이 곧 숨통을 트이게 하는 일입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