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마차 탄 윌리엄-캐서린 부부
‘1000년 된 교회, 110년 된 마차, 이를 지켜본 세계 20억 명의 사람들.’
지난달 29일 있었던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을 설명하는 표현입니다.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펼쳐진 결혼식은 마치 오래된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결혼식장이었던 사원은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곳은 국왕 즉위식이 열리는 곳이자 아이작 뉴턴, 바이런, 윈스턴 처칠 등 영국 출신의 유명 과학자, 문학가, 정치인이 잠든 곳이기도 합니다. 신랑과 신부가 탄 110년 된 마차는 어떻고요. 동화 속 신데렐라의 호박마차가 현실에 등장한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이 결혼을 두고 세계인은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호칭을 붙였습니다. 전통과 품격이 살아있는 영국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주는 실례라고도 말하지요.
■ 책 속에서 키워드 찾기 ■
▷영국민이 왕실을 인정하는 이유는?
막상 영국에 와서 놀란 것은 왕실의 영향이며 의미를 따지기 전에 왕실의 어마어마한 화려함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영국 사람은 결코 잘살지 못한다. 평균의 영국인은 낡고 삐걱거리는 빅토리아풍의 하우스에 살면서 월급의 30% 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린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며 10년 동안 같은 차를 탄다. 영국인들의 생활에 비해 하는 일도 뚜렷이 없는 왕실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부자다. 우선 엘리자베스 여왕 소유의 성만 꼽아도 손가락이 모자란다. 여왕이 주중에 거주하는 런던의 버킹엄 궁, 주말의 거처인 런던 근교 윈저 성, 왕실이 매년 여름휴가 장소로 이용하는 스코틀랜드의 밸모럴 성, 스코틀랜드 왕실의 궁정이었던 홀리루드 성, 여왕 외의 왕족이 사는 세인트 제임스 궁, 찰스 왕세자의 거주지 켄싱턴 궁….
▷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나라
영국은 과거 속에 살고 있는 나라다. 영국처럼 방방곡곡마다 골동품 가게가 있고 도시마다 커다란 박물관이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드물 것이다. 웬만한 물건들은 대를 이어가면서 쓴다. 영국의 가정에서는 할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손때 묻은 가구나 찻잔 등을 아직도 멀쩡하게 쓰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시골 마을의 펍에는 17세기에 만들었다는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다. 영국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간에 변화를 싫어한다.
영국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저항심은 가끔 뜻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한 단일 통화 ‘유로’에 영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영국 내에서도 유로 참여를 두고 찬반양론이 분분했지만 역시 영국 통화인 파운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감정론이 우세했다. 모든 제도와 관습의 변화를 거부하고, 하루 일과는 정해진 순서에 맞추어 돌아가며, 물건은 한 번 사면 망가지기 전까지, 아니 망가진 후에도 쓰는 영국 사람들의 습관은 외국인인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았다. 섬나라여서가 아닐까, 항상 꾸물꾸물하고 축축한 날씨 탓일까, 혹은 2차 대전 중 배급을 받던 내핍 생활이 아직도 몸에 밴 탓이리라 하고 나름대로 궁리해보았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43∼47쪽)
결혼식 직후 버킹엄궁은 “여왕이 오늘 윌리엄 왕세손에게 공작 칭호를 내렸다”면서 “윌리엄 왕세손의 칭호는 케임브리지 공작이 되고, 캐서린은 결혼하자마자 케임브리지 공작부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왕실 결혼식에서는 신랑이 결혼식 당일 최소 1개의 작위를 갖는 것이 전통으로 신부도 자연스럽게 작위를 받습니다. 영국은 의회 민주주의를 맨 처음 만든 나라죠. 그럼에도 아직도 ‘귀족’이라는 신분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전 국민의 1%에 불과하다지만 귀족들의 삶의 행태를 보면 영국이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인지에 약간의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명가의 자손으로 태어나면 학비만 1년에 3000만 원이 넘는 사립 기숙학교에 보내지고,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명문대학에 진학하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귀족의 작위를 물려받고 상원의원이 된다. 허리띠 졸라매고 검소하게 사는 영국 국민들이 귀족들에게 좋은 시선을 보낼 리가 없다. 진보적인 신문인 ‘가디언’이나 ‘인디펜던트’지를 몇 번만 보면 영국 사람들이 귀족에게 얼마나 싸늘한 시선을 던지는지를 금방 느낄 수 있다. 단지 조상을 잘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정치에까지 관여하다니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이런 식의 기류가 신문기사의 저변에 좔좔좔 흘러내린다.(107∼114쪽)
■ 책 읽고 생각하기 ■
① 전통을 중시하고 지키고 노력하는 영국인의 모습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5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② 우리 조상의 삶에서 현대인이 지키길 바라는 전통 세 가지를 꼽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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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