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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정휘]‘가정폭력 예방’ 학교서 가르쳐야

입력 | 2011-05-03 03:00:00


김정휘 춘천교육대 명예교수 교육심리학

20년간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주부가 남편을 살해한 후 자살했다는 끔찍한 뉴스가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매 맞는 남편 또는 아내의 모습은 가정폭력의 비극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매 맞으면서도 자녀 부양책임 때문에 같이 사는 사연은 극적이고 상식에 반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습관적으로 가정폭력을 일삼는 가해자와 당하는 피해자는 어떤 사람이고 그 원인과 특징, 대처 요령과 후유증, 경찰과 법원이 개입해야 하는 시기, 폭력 성향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는 방안, 상습 가정폭력자를 사법적 심리사회적으로 다루는 방안 등은 고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하고 해법이 간단치 않은 난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여성 6명 중 1명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피해 여성은 심신의 건강문제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폭력을 당하지 않은 여성보다 2배 이상 높다. 미국에서는 여성 200만 명이 16초에 한 명꼴로 남편에게 맞고 있다.

한국도 가정주부의 40%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아내 구타는 자녀 학대로 연결된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아내에게 맞는 남편이 늘어나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 ‘2007∼2008년 가정폭력 발생건수’에 따르면 남편 학대 건수는 345건에서 354건으로 증가했다.

가정폭력은 지위와 빈부 격차,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일어난다. 특히 다문화가정에서 빈번하게 그리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발생하고 있다. 가정폭력 방지법이 유명무실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가정폭력의 주가해자인 남성의 폭력성과 관련된 위험요인들은 생물학, 호르몬, 신경해부학, 문화, 진화론, 심리학적 요인의 탐구를 통해 밝혀질 수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의 대처방안은 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가정폭력의 원인은 부부간 말다툼과 경제사회적 지위의 불평등, 술이나 약물 복용, 직장에서 경험한 스트레스나 좌절감, 분노나 고립의 표출, 남성은 여성을 지배할 수 있고 여성은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가부장적 권위를 행사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생활태도, 의사소통 유형, 부부간의 권력 불균형, 재산관리 갈등, 가정폭력의 대물림 등 다양하다.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폭력은 서로 연결고리 관계에 있다. 진단과 치료, 예방, 처벌 등의 개입이 요구되는 가정폭력에 대한 대처방안은 발생 원인과 관련해 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노와 공격성,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푸는 방법에 대한 무지가 폭력성을 노출하는 원인이 된다는 심리학적 논지에 따라 분노 나타내기, 갈등과 화(火)병 다스리기 훈련, 스트레스 상담과 관리를 직장에서 직원 연수프로그램에 포함시켜 다루고 실천하기, 가정폭력의 잠재적 위험이 있는 개인(예컨대 실업, 저소득, 심한 스트레스, 부부 갈등, 사회적 고립, 약물 오남용, 차별)과 집단을 대상으로 전문가와 단체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개인 및 집단별로 가정폭력 예방과 치료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인 남성(여성)의 정신병리와 인격 장애는 여성(남성)에 대한 폭력적 소인을 갖게 만들거나 실제 폭력을 유발한다. 사전에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상습적인 가정폭력은 범죄행위이고 정신장애이므로 사법적 처벌과 스트레스 상담, 심리 및 약물치료, 격리치료가 필요한 문제다. 가정폭력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언론, 종교, 여성단체와 유관기관이 직장여성과 남성,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필요한 역량을 총체적으로 발휘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결혼과 가족, 가정의 책무와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는 것도 가정폭력을 예방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김정휘 춘천교육대 명예교수 교육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