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과학도시는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그 파급효과는 주변 산업체로도 크게 미칠 것이다. 과학도시의 규모는 영국 케임브리지의 3분의 1 수준의 도시로 발전이 예상된다. 케임브리지는 과학의 거성 뉴튼과 다윈을 배출한 기초과학의 중심이다. 기초과학이 강한 케임브리지대학으로부터 파생 연관된 첨단산업을 육성시켜 산-학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도시로 우리의 과학도시는 바로 ‘축소판 케임브리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도시의 성공 조건은 우수한 학자들을 모셔 오고 그들이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순리로 생각된다. 우리의 목표는 이제까지 등한시했던 기초과학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 기초과학→응용연구→개발(산업화)연구가 다시 기초연구로 투자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5공화국 때 교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한 KAIST의 대덕 이전은 서울에만 국한됐던 기초연구의 축을 확산시킨 획기적 계기가 됐다. 이제는 과학도시의 광주권 배치로 대덕에 머물렀던 기초연구의 축을 우리 국토 중 반도 전체로 확산할 단계이다.
백년대계는 ‘대통령 공약’이라는 말로 주장할 수도 없고, 현 집권층 출신지역의 힘으로 밀어 붙여서도 안 될 일이다. 아들 손자들이 “조상들의 결정이 옳았다”고 자랑할 수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정된 소수의 뜻에 따른 잘못된 결정 또는 ‘승자독식’ 논리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듣게 될 것이다. 반면 옳고 알찬 그림을 그린다면 현 정부의 결정은 백년대계를 위한 결단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분명하다.
지도를 놓고 어디에 기초과학의 중심지를 만드는 것이 좋은지 고민해 본다. 한 도시 안에서는 편서풍 지역이면 일반적으로 동쪽에 굴뚝산업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도상 기초중심 기초연구는 서쪽에 배치하는 것이 따라서 타당하다. 런던이 이런 식으로 설계됐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새 부대를 우리 지도에 놓으려면, 백년 후 자손들이 보아도 부끄럽지 않도록 서쪽에 기초중심 기초연구단지를 배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 균형발전까지 고려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더불어 잘사는 사회, 즉 국가 균형발전은 과학벨트보다 더 몸에 와 닿는 정책으로 다가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