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박진만-김강민… 주전들 줄줄이 부상“팀 구멍 메우느라 머리가 지끈”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우승 세 번? 벌써 다 잊었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의 차이는 뭘까. 김 감독은 “시범경기 때는 벤치가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시범경기 동안 김 감독은 작전을 거의 쓰지 않았다. 투수 기용도 순서에 따라 기계적으로 했다.
김 감독은 SK 야구를 ‘하루살이 야구’라고 했다. 그는 “우리 팀의 강점은 10승을 한 뒤 곧바로 그 사실을 잊고 다음 날 1승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거다. 지난 4년간 우리가 세 번 우승했다고? 그건 우승 다음 날 잊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SK는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9회초까지 3점을 앞서다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0회 2점을 더 내고도 결국 끝내기 안타를 맞고 졌다. 다른 팀 같으며 패배의 여파가 오래갈 만했다. 하지만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르는 SK는 이튿날 곧바로 9-7로 승리하며 충격에서 벗어났다.
○ 여전히 우승에 목마르다
김 감독이 5년째 팀을 이끌고, 매년 좋은 성적을 내다 보니 선수들 역시 김 감독의 야구철학에 공감한다. 지난해 LG에서 SK로 옷을 갈아입은 최동수는 “우리 선수들은 어떤 경기든 포기하지 않는다. 이겨야 하는 경기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이긴다. 순간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했다.
안치용도 “다른 팀에 있을 땐 SK 야구가 얄미웠다. 그런데 안에 들어와 보니 한 단계 수준 높은 야구를 하고 있더라. 선수들이 이기는 법을 안다”고 말했다. 승리에 대한 집착도 특별하다. 외야수 박재상은 “올해 많이 이기긴 했지만 솔직히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경기는 얼마 없다. 선수들끼리 우리가 많이 부족하다고 얘기하곤 한다”고 했다. 1위를 달리고 있어도 여전히 배고픈 팀이 SK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