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모 사회부 기자
이를 반영하듯 새 드라마에는 인기 배우가 연일 얼굴을 내비쳤다. 지역 드라마에 좀처럼 모시기 힘들었던 인물들이 앞다퉈 카메오 출연을 자청했을 정도. 카메오란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끌 수 있는 단역 출연자를 말한다. 일부 카메오는 출연 횟수가 늘면서 2, 3회에 한 번꼴로 등장했다.
이처럼 출연진이 중량급 배우로 채워지자 시청률은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내용은 일단 뒷전. 강원도민은 도내 전역을 배경으로 한 데다 화려한 출연진에 들뜨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기는 없었지만 장기 방영 중인 드라마 ‘무(無)대접 강원’을 끝낼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한 것.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일반적인 막장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상당한 시청률을 보이는 반면 이 드라마는 시청률마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배우들이 이른 새벽부터 거리를 돌며 드라마를 홍보하지만 한번 마음을 거둔 시청자는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엄기영과 최문순 두 주인공 가운데 1명은 27일 출연을 끝으로 이 드라마에서 하차한다. 누가 남고 떠날지는 시청자들 몫이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가 막판에 이르면서 불법 선거운동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갈 데까지 간’ 상황이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절박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위가 지나치다. 1 대 1 싸움에서 중앙당 차원의 패싸움 양상으로 변해가는 것도 씁쓸하다. 도대체 유권자는 안중에나 있는지 의문이 들 뿐이다.
지역의 한 교수가 이번 선거에 대해 내뱉은 한마디가 귓전을 맴돈다.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요.” 그러나 블랙코미디는 보는 이들에게 웃음이라도 준다. 이건 블랙코미디도 아닌 ‘막장 중의 막장 드라마’일 뿐이다.―춘천에서
이인모 사회부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