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개발… PS 돌풍… ‘소니 신화’ 창조
《 20세기 후반 ‘소니 왕국’을 일구었던 오가 노리오(大賀典雄) 전 소니 회장이 23일 세상을 떠났다. 한때 세계의 가전·전자업계를 평정하며 철옹성 같은 선두를 달렸던 소니가 순식간에 삼성에 밀려 헤매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면서…. 23일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오가 전 회장의 생전 활동을 일일이 나열하기는 숨이 벅찰 정도다. 성공한 최고경영자이자 도쿄예술대 출신 성악가, 지휘자, 제트기 조종사, 그리고 콤팩트디스크(CD)의 표준규격을 만든 CD의 아버지…. 》
오가 전 회장이 소니와 인연을 맺은 것은 도쿄예술대 성악과 학생 시절. 당시 소니의 전신인 도쿄통신공업의 녹음기 음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을 계기로 이 회사 공동 창업주인 이부카 마사루(井深大·1908∼1997)와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1921∼1999)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 입사했다. 입사 첫해인 1959년 부장으로, 1964년에는 임원으로 발탁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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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니는 오가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고객의 심금을 울리는 상품 개발’이라는 오가 전 회장의 경영이념과 달리 세계가 주목할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또 한때 소프트웨어를 버리고 전통가전업체로 회귀하는 듯했다가 애플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소프트웨어에 다시 초점을 두는 등 갈지자 걸음을 걸었다.
오가 전 회장은 은퇴 후 도쿄 필하모니 교향악단(도쿄필)과 베를린 필하모니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등 음악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2003년에 퇴직금 16억 엔을 기부해 나가노(長野) 현 가루이자와(輕井澤)에 있는 장기요양 시설에 음악홀을 짓기도 했다. 다음 달 4일에는 이곳에서 동일본 대지진의 이재민을 지원하기 위한 도쿄필의 공연을 지휘할 예정이었으나 지병이 악화돼 결국 숨을 거뒀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