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저성장시대 돌입 예고
○ 막 내리는 고성장시대
7%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002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2008년까지 6년 동안은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에 근접하는 성장률을 보였지만 내년부터는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IMF는 특히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과의 격차가 내년 0.3%포인트에서 2015년 0.7%포인트로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고도성장을 주도해온 제조업 중심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2000년 중후반 들어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투자해 해외에 제품을 많이 내다팔아도 국민의 주머니에 남는 것이 없다는 의미다. 한국은행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03년에 3.1%포인트였으나 2009년 0.3%포인트로 크게 낮아졌다. 정부가 수출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지 못한 점도 고성장시대의 막을 내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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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향후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복지 분야에 써야 할 재정지출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성장 둔화로 세수(稅收)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게 돼 재정적자 비율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본처럼 경기침체와 함께 복지 재정지출 증가로 ‘잃어버린 10년’을 맞았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도 힘들어져 저성장과 고실업의 악순환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조로(早老) 증세와 복지병 막으려면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저성장 기조를 탈출할 만한 성장엔진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고령화 구조가 지속되고 제때 재정지출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 3%, 2030년 2%, 2050년 0.5%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 속도를 완만하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산율을 높이고 장기적인 재정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공적연금을 개혁해 재정 적자 요인과 정부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 시점에선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분별한 복지재정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복지 확대는 재정으로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제때 경제구조를 선진화하지 못해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던 한국이 앞으로 5년간 홍콩이나 싱가포르, 대만에 비해 성장률이 처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산업 등에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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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