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농협중앙회 명동지점을 찾은 고객들이 전산장애로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농협 측은 당초 “이날 오후 5시까지 복구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오후 5시를 훌쩍 넘겨서도 복구되지 않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농협의 금융전산망이 마비된 지 이틀째인 13일 오전 11시 농협 영등포지점 앞에는 농협의 안이한 태도를 성토하는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곳 지점장과 직원 5명은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분을 삭이지 못한 고객들은 “피해를 보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거래는 물론이고 전국의 모든 영업점에서 19시간가량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되는 사상 최악의 금융전산사고가 농협에서 발생했다.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으로 고객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농협의 금융전산망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금융회사 전반에 대한 공신력이 실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내년에 ‘5대 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될 예정이지만 사고 원인 파악은 물론이고 복구에 이르기까지 늑장 대처로 일관해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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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전산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6일에도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2시 10분까지 자동화기기 2000여 대가 작동되지 않았다. 한국씨티은행도 지난해 12월 24일 전산센터 침수로 전산시스템이 6시간 동안 장애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농협의 전산장애처럼 이틀에 걸쳐 전산망이 전면 마비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날 농협 측은 고객피해센터를 설치해 피해 사례를 접수하겠다고 밝혔으나 피해보상을 둘러싸고 고객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산하 인터넷범죄수사센터 소속 전문수사관 2명을 이날 농협에 보내 이번 사태가 단순 전산장애인지, 전문 해커가 개입한 범죄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안철수연구소와 함께 노트북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으며 결과를 지켜본 뒤 수사 의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