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우먼 꿈꿨던 수녀… 年 5만여명에 웃음 전파 “멋지게 져주며 삽시다”■ 헌책방 주인 꿈꿨던 스님… “이혼상담 의뢰했던 분들이 되레 내 몸의 먼지 털어줘”
엄숙주의와 권위, 아집이 요즘 종교계의 현실이자 고민이다. 이미숙 수녀(왼쪽)와 선업 스님의 여유로운 웃음이 꽃처럼 귀해 보인다. 둘은 “예수님, 부처님처럼 따라 살고 싶은 분들이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헷갈리지 말고 제대로 본받자”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푸우 수녀는 지난해 말 웃음치료를 다룬 ‘그러니까 웃어요’를 냈고 평화방송 ‘오늘이 축복입니다’의 ‘펀펀(fun fun) 수녀의 오 해피 데이’에서 종횡무진 입담을 자랑하고 있다.
○ 수녀복 vs 가사
“조사해 봤는데 (내) 법명이 빨라요. 근데 아무런 연락도 없네요.”(스님)
“화통한 성격이라 가끔 ‘조폭 수녀’로도 불리는데 잠깐 만나면 금세 절세미인 수녀라고 해요.”(푸우 수녀)
“젊었을 때 마스크가 괜찮았거든요. 예쁜 분이 뭔가 물으면 멋있게 대답하려고 했는데 너무 뜬 태양이라 그런지 접근을 안 하더군요. 하하.”(스님)
성직자와 관련된 유머까지 나왔다. ‘조직’처럼 검은 옷을 주로 입고, 줄을 잘 서고, 주로 반말을 하고, 잘 어울려 다니고, 밥값은 다른 사람이 대부분 내고, 상명하복에 ‘나와바리(관할구역)’가 분명하고…. 스님은 “주로 가톨릭에 관련한 농담이라지만 불교계로 바꿔도 사정은 비슷하다. 우스갯소리지만 종교인들이 반성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 웃음치료 vs 연애·부부 상담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지는 겁니다.”(푸우 수녀)
“마음공부는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입니다. 바로 눈앞의 컵을 뒤집으면 다른 용도가 보입니다. 내 마음그릇이 간장 종지라면 간장밖에 담지 못합니다.”(스님)
“5년간 동료 수녀를 미워한 적이 있습니다. 수도원에는 여우 사자…, 온갖 캐릭터가 다 있어요. 24시간 붙어살아 숨소리만 들어도 누가 나를 미워하는지 알 수 있어요. 고해성사 뒤 동료를 위해 기도했고 그를 향해 웃을 수 있게 됐어요.”(푸우 수녀)
“이혼상담을 하면서 부부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모두 깨졌어요. 오히려 많이 배웠죠. 내가 상담한 분들은 내 몸 위에 붙은 먼지를 털어주는 총채 같은 분들이었습니다.”(스님)
○ 개그우먼 vs 헌책방 주인
스님은 대학 3학년 때 만난 은사 스님의 말을 2시간 들은 뒤 곧바로 출가를 결심하고 오대산 월정사로 들어갔다.
“서울에서 기획사 등을 전전했는데 1년간 정말 철저하게 아무 일도 되지 않았어요. 그때 하느님의 계획이 따로 있다고 확신했어요.”(푸우 수녀)
“은사 스님의 말이 너무 절실히 다가와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출가하지 않았다면 헌책방 주인이 됐을 겁니다. (웃음)”(스님)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를 두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 멋져’가 무슨 말을 줄인 줄 아세요?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져주는 삶을 삽시다! 얼마나 멋져요. 호호.”(푸우 수녀)
“행불행은 마음 크기에 따라 결정됩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 모두 틀에서 자유로운 분들이었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나는 ‘회기인연(回機因緣)’을 얻기 바랍니다.”(스님)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