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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의 ‘아킬레스건’ 보크, 한-미-일 어떻게 다를까

입력 | 2011-04-14 03:00:00

찬호 퀵피치? 美“OK” 日“NO” 韓“NO”




올 2월 은퇴한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왼손 에이스 앤디 페팃. 1990년대 말부터 페팃이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팬들의 관심은 그의 팔이 아닌 다리에 쏠렸다. 보크 논란이 되고 있는 그의 견제 동작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1루 견제 시 자유발인 투수의 오른발은 정확히 1루를 향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오른발은 1루와 홈의 중간 부근을 가로지르며 1루 주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보크의 소지가 다분했지만 심판은 페팃에게 관대했다. 중계화면은 고심하는 심판들의 표정을 반복해서 잡으며 논란을 부추겼지만 보크에 대한 관대한 전통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박찬호는 엄격하게 보크를 선언하는 일본 심판들의 판정에 고전하고 있다. 일본에선 투구 전 완벽하게 정지해야 한다는 퀵 피치(quick pitch) 규정을 교과서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와인드업 전 공을 잡은 손을 가슴 부근에서 잠깐만 정지하는 간결한 투구 폼을 유지해왔다. 미국 생활 16년 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일본에 새 둥지를 튼 뒤 시범경기는 물론이고 연습경기, 자체 청백전에서 6번이나 보크 판정을 받았다. 개막전 선발 후보에서 4선발로 밀린 것도 보크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 미국은 관대-일본은 교과서적

보크는 이렇듯 상대적이다. 그래서 보는 관점에 따라 판정이 달라진다. 송재우 OBS 해설위원은 “미국은 주자 보호라는 본래 의도에 명백하게 어긋나지 않는 한 일본보다 보크에 관대하다. 게다가 타자 보호를 위한 규정인 퀵 피치는 미국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투수의 오랜 습관에 관대하다면 일본은 교과서적으로 보크를 적용한다는 얘기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한국은 일본과 미국의 중간 수준으로 보크를 적용한다. 또 스프링캠프를 돌며 선수들의 부정 투구 동작을 개선하도록 지도하는 교육형 심판을 지향한다”며 “만약 박찬호가 한국에서 미국 스타일로 퀵 피치를 한다면 경고를 줘서 한 템포 늦추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심판들은 논란이 될 만한 투구 견제 동작을 하는 선수에게 적극적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올해 전지훈련지에서도 안영명, 안승민(이상 한화) 등이 심판의 지적을 받고 투구 폼을 개선했다.

○ 요주의 인물, 트레비스

이런 노력에도 심판들을 곤란하게 했던 투수도 물론 있다. 한국 심판들은 이선희(전 삼성), 선동열(전 해태) 등을 견제 도사로 꼽았다. 김광철 야구심판학교장은 “무릎을 살짝만 구부렸다 견제구를 뿌리는 선동열을 잡기 위해 심판들이 비디오테이프를 수십 번 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심판들의 레이더망에 잡힌 선수는 9일 시즌 첫 완봉승의 주인공이 된 트레비스 블랙클리(KIA)다. 1루 견제 시 자유발인 오른발을 들었다 그 자리에 놓거나, 1루와 홈 중간 지점으로 뻗기 때문이다. 페팃과 비슷한 견제 동작이다. 트레비스는 개막 전 “세계 어디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억울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보크는 계륵 같은 규정이다. 안 잡을 수도 없지만 너무 잡아도 전체 경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한국 심판들이 분명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이어서 종종 논란이 되지만 주자 보호에 반드시 필요한 보크. 올 시즌 한미일 야구 삼국지로 쏠린 팬들에게 야구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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