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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동서남북/경북대 교수회, 법인화 외면만 할건가

입력 | 2011-04-13 03:00:00

이권효 기자


함인석 경북대 총장(60)은 뇌수술을 많이 한 신경외과 의사이다. 그는 총장 선거를 앞둔 지난해 6월 기자에게 “삶과 죽음의 갈림길인 뇌수술은 잠시도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 그런 긴장으로 경북대를 이끌고 싶다”고 했다. 그는 후보 때 법인화에 반대했으나 며칠 전 ‘법인화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글을 대학 홈페이지에 올렸다. 조회 건수가 5000여 건으로 다른 글보다 훨씬 많다. 함 총장은 “경북대가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 서울대 법인화 법률을 보면서 법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법인화를 하면 대학 조직과 인사, 재정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구성원의 관심을 요청하는 충정이라고 했다. 뇌수술을 앞둔 의사처럼 보인다.

반면 경북대 교수 1129명을 대표하는 기구인 교수회는 법인화의 ‘법’자도 꺼내지 말라는 분위기다. 최근 교수회는 ‘경북대 이렇게 확 바꾸자’는 보고서를 펴냈다. 김형기 의장(58·경제통상학부 교수)은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는 경북대를 획기적으로 바꿀 비전을 1년 동안 지혜와 열정을 담아 준비한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현 정부의 대학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이 많다.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를 인용하면서 대학 사회가 인간 해방에 기여하지 못하고 자율성을 잃어가면서 학문의 혼을 내다파는 곳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거창한 주장 속에 법인화 같은 문제는 속물들의 비이성적인 억지로 보는 탓인지 한마디도 들어있지 않다.

60년 동안 이어온 국립대 체제를 바꾸려는 법인화를 환영할 구성원은 없을 것이다. 거북하고 두렵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교수회가 앞장서서 ‘법인화는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죽이는 타락’이라며 아예 외면해버리는 것은 폐쇄적인 태도다. 경북대 교직원의 월급은 세금에서 나오고 자율성과 공공성은 사립대학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경북대에 진정으로 위기의식이 있다면, 그리고 법인화가 이를 극복할 1%의 가능성도 가진다면 교수회부터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바깥에서는 ‘공무원 울타리를 허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경북대 학생회는 교문에 ‘학우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두었다. 법인화의 장점과 단점을 서너 가지씩 나란히 제시하면서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현수막이 A4용지 50쪽가량인 교수회 보고서보다 오히려 경북대의 미래를 위해 훨씬 진지하고 알맹이가 있어 보인다. 총장이 “미래를 위한 진심어린 충정”이라며 간곡하게 당부한다면 그만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싸움이 벌어질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지 두 갈래 길이 경북대의 앞날을 시험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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