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나는 연구비… 교수 1인당 최대 3억 이상 집행또다른 갈등의 씨앗… 연구실 운영위해 집행항목 바꿔
○ KAIST 3억4900만 원으로 최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09년 대학 연구활동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에 지원한 연구비는 4조1175억 원. 1년 전보다 16.5% 늘었다. 교수 1인당 연구비도 평균 5500만 원에서 6200만 원으로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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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는 학교 규모가 작은 데다 다른 대학보다 공학분야 비중이 높아 교수 1인당 연구비가 가장 많다. 전체 대학 연구비 중 46%가 공학 교수에게 돌아간다.
교수 개인이 수억 원의 연구비를 집행하지만 관리·감독 시스템은 허술하다. 사업이 끝나면 연구팀이 대학 내 산학협력단이나 한국연구재단에 정산 보고한다. 하지만 사용 명세를 일일이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품 대금 부풀리기, 인건비 빼돌리기 등의 수법으로 연구비를 가로채는 횡령사건이 빈번한 이유다.
최건모 한국연구재단 감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내부 고발이나 감사원 특별감사가 아니면 연구비 횡령이나 유용을 적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연구 투명성을 교수 개인의 양심에 맡기고 있다는 얘기다.
○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비 집행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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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는 연구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연구비 집행항목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건비가 대표적이다. 특히 학생 인건비는 개인 계좌로 지급되지만 관행적으로 연구책임자가 통장을 모아 관리하거나, 학생들에게 인건비를 다시 거둬들인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연구책임자가 인건비를 공동 관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느 대학 교수는 “일부 교수가 인건비를 개인적으로 착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연구실을 운영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건비를 공동 관리하는데 운이 나빠 걸리면 연구비 유용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예를 들어 연구실에 학생이 10명 있다고 가정하면 이 중 몇 명이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끊길 수 있다. 하지만 학생에게는 월급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줘야 연구실 운영이 가능하다. 개별 학생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를 취합해 공동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KAIST 관계자는 “돈을 모아놓고 쓰니 실험실에서 쓰는 물품도 사고, 식사비로도 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수가 사적 용도로 사용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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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