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년 문 연 세계 최초 식료품점파스타+닭무침 맛, 으스스한 분위기와 어울려
레스토랑 ‘지우스티’와 함께 있는 생햄 전문점 ‘살루메리아’ 내부. 위쪽으로 걸려있는 것은 ‘프로슈터-돼지 뒷다리 생햄을 뜻한다’ 김보연 씨 제공
이탈리아 중부의 소도시 모데나에는 ‘세계 최초의 식료품점’으로 기록된 400년 역사의 ‘지우스티’라는 가게가 있다. 소금에 절여 숙성한 돼지 생햄을 기본으로 각종 식료품을 파는 이런 곳을 이탈리아에서는 살루메리아 라고 부른다. 1605년 문을 연 이곳은 여전히 영업을 하며 그 옆에는 작은 레스토랑이 있다.
처음 이곳을 찾아갈 때 얼마나 헤맸는지 모른다. 워낙 조그만 동네라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지도를 보며 찾는데 좁고 컴컴한 골목으로 한참을 들어가야 했다. 혹시나 싶으면 냅다 도망칠 요량으로 맘 졸이며 들어섰는데 점점 더 컴컴해 졌다. 돌아갈까 하던 찰나 골목 끝 집 문이 빼꼼 열려 있었다. 바로 그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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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스티’의 발사믹식초 조림양파를 곁들인 닭고기무침 요리. 김보연 씨 제공
메뉴는 의외로 단순했다. 발사믹식초, 탈리아텔레(이탈리아 파스타의 일종) 같은 이 지방 식재료들로 만든 기교부리지 않은 음식들이었다. 구안치알레(돼지볼살햄)가 들어간 라구소스 파스타와 발사믹식초 조림양파를 곁들인 닭고기무침을 주문했다. 생면이 틀림없는 탱탱한 탈리아텔레 면발은 유달리 쫄깃한 구안치알레와 잘 어울렸다. 이어 나오는 닭요리는 할머니가 토종닭 백숙을 손으로 찢어주던 그 맛과 비슷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은근히 당기는 맛이랄까.
‘가축도살장!’
지금은 없어졌지만, 지우스티는 예전의 도살장 사이에 있었다. 어두컴컴한 골목의 양쪽 높은 벽은 사실 두 도살장의 경계였다. 이탈리아에서는 큰 도살장 옆에 이런 살루메리아가 있었다. 도살된 돼지고기를 바로 절여 햄으로 만들어 팔았던 것이다. 로마를 대표하는 테스타치오 시장 옆의 유명한 살루메리아 ‘볼페티’처럼 도살장 옆 살루메리아도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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