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국민소득에 대한 오해 풀고… ②총처분가능소득 따져봐야③물가-환율도 변수
1인당 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이 씨처럼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10대 부국(富國)에 진입했다는데 왜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는 걸까.
○ ‘국민소득=개인소득’은 오해
이처럼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피부로 체감하기 힘든 것은 국민소득 통계가 가진 함정 때문이다. 여기에서 국민소득에는 개인이 벌어들인 소득 외 기업, 정부가 창출한 소득까지 모두 포함된다. 기업, 정부가 벌어들인 소득을 빼면 개인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2만 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총처분가능소득에서 수출기업이 포함된 비(非)금융회사가 벌어들인 소득의 비중은 2006년 12.8%에서 지난해 16.1%로 늘었다. 반면 개인의 소득 비중은 같은 기간 60.2%에서 57.5%로 쪼그라들었다. 경제성장의 과실(果實)이 개인보다는 기업에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더라도 살림살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살림살이의 형편을 보여주는 지표로 ‘개인총처분가능소득’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기업, 정부를 제외한 개인 부문의 1인당 총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1만1891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의 57%에 불과했고, 금융위기 전인 2007년의 1만2703달러를 회복하지도 못했다.
○ 소득 늘었어도 물가 고려하면 팍팍
이 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민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물가 상승 탓이기도 하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 씨도 물가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남편이 최근 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해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친지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지만 김 씨는 최근 2, 3년간의 가계살림이 결혼생활 17년 중 가장 빠듯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세금을 제외한 월수익 800만 원 가운데 애들 교육비로만 250만 원이 나간다”며 “3년 전만 해도 주말마다 외식을 나갔는데 이제는 고기를 먹더라도 사서 집에서 구워 먹는다”고 전했다. 소득 규모는 늘었지만 물가의 영향을 고려하면 손에 잡히는 돈이 적은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총처분가능소득 역시 물가 상승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명목 개념으로 쓰이기 때문에 물가를 고려하면 개인들이 통계상의 소득증가 효과를 못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러 기준 1인당 총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것과 달리 원화 기준으로는 2007년 1180만4000원에서 지난해 1374만8000원으로 증가했지만 환율 효과와 지난해부터 고공행진을 하는 물가를 감안하면 경기회복에 대한 서민들의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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