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살’ 무대★★★☆ 연기★★★ 대본★★★ 연출★★★
연극 ‘살’은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이 결국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당신이라면 무엇을 택할 것인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1일 개막한 연극 ‘살’(이해성 작, 안경모 연출)은 자본주의 사회의 한구석에서 응당 있을 법한 모순적 상황을 무대에서 펼쳐 보이며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기하학적 형태의 아크릴판 무대세트에다 프로젝트 영상을 쏴 풍부한 이미지를 극에 덧입힌 시도가 참신했다. 한 예로 신우와 헤지펀드사의 스카우트 ‘헤르메스’가 사격장에서 산탄총을 쏴 맞히는 새들이 붉은색 폭죽처럼 터지는 이미지는 강렬했다. 등장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앙상블 배우들의 군무로 표현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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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의 이런 매력 역시 약점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를 빚어낸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 빈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린다는 것이 때론 관념 과잉의 추상화로, 때론 이미지 과잉의 팝아트로 표현돼 오히려 살내음을 살리지 못했다. 현학적 대사와 극적 갈등이 밀착되지 못한 채 겉돌고, 온몸을 던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차가운 아크릴판의 이미지와 충돌하면서 파편화된다.
무엇보다도 뚱뚱한 몸을 탐욕의 상징으로 풀어내려 한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쉽다. 비만이 탐욕을 상징하던 시대는 과거가 된 지 오래다. 오늘날 비만한 몸은 패스트푸드에 찌든 빈곤의 상징이다. 건강에 좋은 음식과 헬스로 단련된 날씬한 몸매가 진짜 부의 상징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차라리 그런 ‘살의 역설’을 파고들었더라면 시대적 공감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상념이 짙게 남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배우들의 과감한 노출장면 때문에 19세 이상 관람가. 2만5000원. 17일까지 공연한다. 02-758-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