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선서 6개월 전 그는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장에서 ‘문제 외부 유출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고 서약했다. 그보다 수개월 전 그는 의대 졸업준비생 3300여 명 중 2700여 명과 함께 약속했다. 실기시험 문제 정보를 공유하되 이 사실은 외부에 알리지 말자고.
‘전국의대 4학년협의회(전사협)’ 집행부 10명이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의사 실기시험 문제를 조직적으로 유출한 혐의로 입건되면서 파문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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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대표였던 강 씨는 “공유한 정보란 게 어떤 모의환자는 말을 잘 안 하니까 주의해라, 어느 시험실 장갑은 퍽퍽하니까 시간 안배가 중요하다는 등의 수준이었다”면서도 “6년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봐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009년 처음 실기시험이 도입된 뒤 국시원에 세세한 정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분명 잘못했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부정행위를 사실상 방치한 국시원 역시 책임이 무겁다. 학생들을 나눠 실기시험을 두 달 동안 치르는 과정에서 문제가 유출될지 모른다는 지적은 전부터 나왔다. 실제로 2009년 첫 실기시험 뒤에는 어느 졸업생이 문제를 묶어 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국시원은 문제 유출 우려에 대해 1월 “학생들이 서약서를 작성했고, 문제 공유가 점수와 합격률에 별 영향이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부 관계자는 시험장에서 “상업적 이용이 아니라면 학생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걸 무슨 수로 막겠느냐”고 말해 학생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국시원은 문제 공유 사이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한다. 그들로서는 손쓸 도리도 없고, 손대고 싶지도 않은 일을 경찰이 건드리는 바람에 피곤해졌다고 내심 생각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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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교육복지부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