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이해인 수녀,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출간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는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서 감사하며 사는 소박한 생활을 담담히 적었다. 그는 건강을 묻는 질문에 “무리해서 글을 쓴 것은 아니고 즐겁게 주섬주섬 했다”며 웃었다. 동아일보DB
이해인 수녀(66)가 5년 만에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샘터)를 냈다. 그는 2008년 여름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암이 발견됐고 지금도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와병과 절필 소식이 전해지자 문단을 비롯해 이해인 수녀를 아끼는 사람들의 걱정도 컸다.
이해인 수녀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건강을 묻자 “무리해서 글을 쓴 것은 아니고 즐겁게 주섬주섬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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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책을 보고 눈물짓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책 제목일 것이다. ‘꽃이 지면 잎이 보인다’는 말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해인 수녀의 모습이 아프게 떠올랐을 듯하다. “이제 개나리가 필 텐데 그도 지고나면 잎이 나오겠죠. 인간의 관계 속에서도 어떤 존재가 사라지고 나면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요.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산문집은 전체 여섯 장으로 나눴다. 일상을 그린 칼럼들과 오랜 시간 이어온 우정에 대한 단상들, 수도원의 나날, 기도 일기, 묵상 일기,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추모의 글들이다. 책 첫 장에는 ‘새롭게 피어나는 감사의 마음으로, 감사’라는 짧은 인사말을 넣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박완서 선생 등에 대한 추모의 글도 책 속에 담담히 적었다.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서는 “자비와 지혜 가득한 그분의 음성을 다시 듣고 싶다”고, 법정 스님에 대해서는 “스님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자비의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십시오”라고 했다. 박완서 선생께는 “언젠가는 저도 가야 할 영원의 나라에서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는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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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일기와 기도일기도 처음으로 산문집에 실었다. 친구(독자)들에게 보내는 일기라고도 했다. ‘세상 떠나는 순간까지 늘 감동할 수 있는 뜨거운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사람들과의 만남 안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그 사이에 사랑의 식탁이 차려질 수 있게 하소서.’(1999년 4월 18일 묵상일기에서)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