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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 위안화 사모펀드 설립 붐

입력 | 2011-03-29 03:00:00


고속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에 글로벌 자본의 ‘투자 러브콜’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 금융권도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블랙스톤, 칼라일 등 세계적인 사모(私募)펀드들이 중국에서 ‘위안화 사모투자전문회사’(위안화 사모펀드)를 만들어 현지 기업 투자에 뛰어들자 국내 자본도 한국발(發) 사모펀드를 만들어 투자에 나선 것이다. KTB투자증권과 산업은행,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출자한 5억 위안(약 850억 원) 규모의 위안화 사모펀드가 처음 등장한 데 이어 국내 증권사들이 잇달아 위안화 사모펀드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신성장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 자본 유치를 반기는 데다 중국의 기업공개(IPO) 및 인수합병(M&A) 시장도 세계 최대 규모로 커지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본의 투자 행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중국기업 5곳과 곧 투자 체결”

KTB투자증권과 산업은행이 올 1월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시에 설립한 위안화 사모펀드 ‘KKY 인베스트먼트 엔터프라이즈’는 현재 비상장 현지 기업 5곳과 투자 체결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 윤승용 KTB투자증권 중국사업본부장은 “신재생에너지와 헬스케어 관련 기업과 협상하고 있으며 4, 5월경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기업 1곳당 수많은 투자자가 달려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사모펀드는 중국 인프라 산업 투자를 모색하던 교직원공제회가 300억 원을 출자한 것을 비롯해 청두 시 정부의 모태펀드(fund of funds)가 250억 원을 투자했다. 위안화 사모펀드를 만들려면 현지 출자자가 1곳 이상 포함돼야 하는데, 지방정부와 손잡는 게 기업 투자 및 이후 상장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는 데 유리하다고 펀드 측은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계열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도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 최초로 올 초 장쑤(江蘇) 성 장자강(張家港) 시의 출자(4000만 위안)를 받아 1억 위안(약 17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결성했다. 중국판 나스닥 증시인 ‘차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위안화 사모펀드 설립 등 중국 현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중국 IPO 시장 급성장

글로벌 자본이 현지 기업에 눈독 들이는 것은 눈부신 성장성 때문이다. 김경모 미래에셋증권 투자금융사업부 이사는 “이전엔 제조업체 위주의 다국적 기업이 현지법인을 만들어 투자하는 데 그쳤다면 이젠 글로벌 자금이 중국 기업 자체에 투자하고 있다”며 “지속성장하는 국가를 이끌어 가는 중국 기업의 성장률은 중국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선진시장에서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기 힘든 데다 장기적으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 IPO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도 투자 기업을 상장하려는 사모펀드에 매력적이다. 허재환 대우증권 글로벌경제팀 연구원은 “중국 기업이 주로 대출로 자금 조달을 해왔는데 지난해 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으로 늘면서 중국 정부가 IPO 등을 통한 자본 조달을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기업의 투명성 문제, 제약이 많은 경제 시스템 등은 여전히 걸림돌로 지적된다. 윤 본부장은 “투자한 기업을 키워 상장하거나 M&A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비상장된 우량기업을 제대로 고르고 투자 기업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엔화 가치의 강세가 잠잠해지면서 호주달러, 중국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호주달러화는 1.0294미국달러에 거래돼 198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런민(人民)은행이 25일 미국달러화 대비 6.5580위안이라고 고시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동일본 대지진 충격이 잦아들면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풀어놓은 자금들이 다시 신흥국으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위안화 사모펀드 ::

글로벌 자본이 중국에서 위안화 계좌로 이뤄진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만들어 중국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 뒤 기업을 본토 증시에 상장시키거나 인수합병(M&A)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