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조사단이 어제 ‘상하이 스캔들’은 스파이 사건 아닌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덩신밍을 통해 유출된 자료가 국가기밀에 해당되지 않고, 비자 장사 의혹도 금품 수수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합조단은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결국 상하이 총영사관 내 상당수 영사가 덩신밍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자료 유출, 부적정한 비자 발급의 행위를 했는데도 정부는 해외공관 근무자들의 ‘잘못된 복무자세’만 따져 행정처분을 할 모양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관대한 정부 때문일까. 공직자들의 기강해이 비리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외교부 직원이 상하이에 오면 외교활동비로 룸살롱에 데려가고, 패키지 관광을 시켜준 사실이 확인됐다. 접대하다 쌓인 자신들의 스트레스는 현지의 상사 주재원 등에게 골프접대와 향응을 받아 푼 것 같다. 현지 언어를 못해 현장에 못 나가면서 비자업무를 무기 삼아 교민과 상사원들 위에 군림하고, 본부 상관과 정치인은 하늘처럼 모시는 ‘골방 외교’ 식 관존민비(官尊民卑) 행태는 여전하다.
광고 로드중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