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통 AT&T, T모바일 44조원에 인수 ‘통화 끊김’ 해결 나서
미국 통신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가 4위인 T-모바일 미국 법인을 390억 달러(약 44조 원)에 인수한다고 20일(현지 시간)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 규제당국이 독점 여부 등을 심사한 뒤 이번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 AT&T는 단숨에 미국 1위 사업자로 떠오르게 된다.
두 회사의 가입자를 모두 합치면 1억3000만 명으로 현재 1위 버라이존 와이어리스의 1억여 명을 앞지르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AT&T는 전화가 자주 끊기고, 데이터 서비스도 너무 느려서 조롱의 대상이 돼 왔다”며 “이번 인수로 AT&T 고객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T&T가 T-모바일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폰’에 있다. AT&T는 2007년 6월부터 약 3년 반 동안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이점을 누렸지만 데이터 트래픽 폭증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아이폰 시판 이후 2010년까지 데이터 트래픽이 약 50배가 늘었다. 아이폰뿐 아니라 다른 스마트폰 이용도 늘어나면서 전화가 자주 끊기고, 무선 인터넷은 느려 고객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 회사는 결국 지난해 6월 데이터 폭증을 견디다 못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애버렸다. 차가 막힌다고 새로 도로를 깔자니 4세대(4G) 통신망 롱텀에볼루션(LTE) 상용화 시간이 걸리고, 독점 공급하던 아이폰도 다른 통신사에서도 팔리는 등 위기에 닥친 AT&T는 결국 T-모바일 인수를 통한 네트워크 확충을 택했다.
이에 따라 통신 3사는 4G 통신망인 LTE 상용화를 앞당기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황금 주파수’를 받으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상반기에 2.1GHz(기가헤르츠) 대역의 20MHz(메가헤르츠) 폭 주파수를 경매에 부칠 계획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